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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장수풍뎅이 비행원리 캐 로봇 만든다

등록 2008-04-02 19:19수정 2008-04-03 17:39

장수풍뎅이 날개는 다른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누운 8자 모양’의 퍼덕거림(굵은 화살표)을 하면서 몸 주변에 양력, 추력, 공기 소용돌이를 적절히 만들어낸다. 속날개는 1초에 30번씩 퍼덕거리며 공기 소용들이(가는 원 화살)를 만들어내고, 겉날개는 작게 날갯짓을 하며 여러 소용돌이들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관찰된다. 사진 변도영 교수 연구팀 제공
장수풍뎅이 날개는 다른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누운 8자 모양’의 퍼덕거림(굵은 화살표)을 하면서 몸 주변에 양력, 추력, 공기 소용돌이를 적절히 만들어낸다. 속날개는 1초에 30번씩 퍼덕거리며 공기 소용들이(가는 원 화살)를 만들어내고, 겉날개는 작게 날갯짓을 하며 여러 소용돌이들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관찰된다. 사진 변도영 교수 연구팀 제공
변도영 항공우주공학 교수팀
겉·속날개 갖춘 딱정벌레목 곤충 구조 첫 연구
“5년 안 비행로봇 개발”…국방·재난구조용 활용

“장수풍뎅이는 1초에 30번씩 퍼덕이며 몸 주변에 양력(떠오르는 힘), 추력(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공기 소용돌이(와류)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딱딱한 겉날개도 속날개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공기 흐름을 조절하지요. 가녀린 얇은 날개로 큰 몸체를 띄우는 원리는 언제 봐도 신기합니다.”

변도영 건국대 교수(항공우주공학)는 최근 딱정벌레 목에 속한 장수풍뎅이의 비행 원리를 연구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멋진 비행을 보여주는 자연의 위대한 진화를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잠자리 같은 곤충의 비행 원리는 이미 많이 연구됐지만, 겉날개를 갖춘 딱정벌레 목 곤충의 날갯짓 연구는 변 교수 연구팀에서 처음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딱정벌레 비행로봇을 만드는 걸 목표로 장수풍뎅이 날갯짓의 원리와 날개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비행도 하고 잠수도 하는 길이 5㎝ 가량의 소형 비행체 만들기는 변 교수 연구팀이 속한 ‘생체모방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연구실’(책임자 박훈철 교수)의 최종 목표다.

장수풍뎅이 날갯짓을 모방해 개발 중인 곤충 비행로봇의 날개 부분.
장수풍뎅이 날갯짓을 모방해 개발 중인 곤충 비행로봇의 날개 부분.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길이 1 가량의 대형 풍동실험 장치 안에다 더 잘 나는 암컷 장수풍뎅이를 매달고 바람을 불어 이 곤충이 비행하는 모습을 1초당 2천장의 속도로 고속 촬영해 관찰해 왔다. 풍뎅이가 날갯짓할 때 생기는 양력, 추력, 공기 저항, 소용돌이 등은 파라핀 연기의 움직임을 통해 볼 수 있다.

변 교수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장수풍뎅이 날개도 3단계의 비행 동작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느린 동작으로 살펴보자. 먼저 장수풍뎅이는 공기를 쓸어내리듯이 앞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날갯짓을 한다. 이런 날갯짓 덕분에 날개 앞쪽엔 소용돌이가 일어나면서 양력이 생기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 장수풍뎅이는 날개가 최저점에 이르면 날개를 거의 수직 방향으로 회전해 곧추 세운 뒤, 다시 비스듬한 각도를 유지하며 반대 방향인 뒤쪽으로 가져간다. 옆으로 누운 ‘8’ 자 모양(∞)의 퍼덕거림이다.

변 교수는 “다른 곤충과 달리 장수풍뎅이는 딱딱한 겉날개를 지니고 있는데, 이 겉날개는 비행 자세를 유지하고 속날개를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며 “그런데 이번 풍동실험에서 겉날개는 속날개와 조화를 이뤄 같은 주기로 움직이는 것으로 관찰돼 겉날개가 장수풍뎅이의 비행에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풍동실험에선 겉날개가 장수풍뎅이의 날개 위쪽에 형성되는 여러 소용돌이들을 갈라 흐트러뜨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날갯짓으로 생기는 공기소용돌이는 날개 위쪽과 아래쪽에 압력차를 일으켜 양력을 증가시킨다. 이 연구 결과는 국내학술지 <한국항공우주학회지> 최신호에 보고됐다.

이 연구실에선 곤충 날개의 미시구조에 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엔 나비·잠자리의 날개처럼 물에 잘 젖지 않는 성질(‘소수성’)을 지닌 ‘인공 곤충 날개’(폴리머 필름)을 만들어 저명한 물리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지난달 7일치에 발표했다. 날개에 물이나 먼지가 묻지 않으면 더 효과적으로 날 수 있다. 또 양력을 증가시키는 구실을 하는 곤충 날개의 독특한 ‘주름’ 구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날개 아랫면의 주름은 공기 역학에 의해 양력을 증가시키는 구실을 한다. 딱정벌레 비행체엔 윤광준 교수(항공우주공학·인공근육센터장)가 개발한 ‘인공 근육’이라는 압전세라믹 재료를 쓸 계획이다. 전기를 흘려주면 빠른 속도로 퍼덕이는 재료의 속성을 이용해 모터 없이도 날갯짓을 흉내낼 수 있다.


변 교수는 “딱정벌레 비행로봇이 개발되면 작은 카메라를 단 채 정지비행을 하고 아무곳에서나 착륙·이륙하며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을 정찰하는 국방용, 재난구조용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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