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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과속 추진’ 논란

등록 2009-02-24 21:29

국내에서 가장 큰 가속기인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전경. 이와는 다른 방식과 쓰임새를 지닌 대형 기초연구시설인 5천억원 규모의 중이온가속기가 2012년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에 중심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원과 함께 건설될 예정이다.  포스텍 제공
국내에서 가장 큰 가속기인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전경. 이와는 다른 방식과 쓰임새를 지닌 대형 기초연구시설인 5천억원 규모의 중이온가속기가 2012년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에 중심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원과 함께 건설될 예정이다. 포스텍 제공
정책의결 뒤 한달 만에 법률안…3조5천억 규모
목표 모호·기능 중복·유치경쟁 부작용 등 비판
정부가 “과학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기초과학 연구거점”을 마련하겠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가운데, 과학계에선 사업 취지나 규모에 걸맞게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기술 핵심 공약으로 시작된 이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9~12월 계획 수립과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1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위원장 대통령)에서 3조5천억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의결하고 10일 만에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설 연휴를 빼면 사흘 만에 공청회가 열렸고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선 법률안이 최종 의결됐다. 정책 의결 뒤 한 달 만으로, 기초과학 정책으론 보기 드문 ‘속도전’이다.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 사업 계획을 두고선 국과위 안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과위 누리집에 실린 ‘국과위 운영위원 회의자료’를 보면, 일부 민간 위원들은 산업화를 겨냥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를 비즈니스와 결합하겠다는 구상이 모호하다며 여러 문제를 지적했다.

■ ‘과학+비즈니스 구상’ 성공할까?

정부는 사업 목표를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역량 구축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응용연구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성공 사례는 꽤 많지만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연구거점 구상은 전례가 없는데도, 이런 “독창적 구상”에 걸맞은 계획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국과위 자료를 보면, 국과위 운영위원 10명 중 3명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직접 거론하며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동안 ‘과학+비즈니스’ 구상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제기돼 왔다. 한 국과위 운영위원은 “기초과학 연구에 (응용연구인) 녹색기술 개발이 포함돼선 안 되며 (연구 성과 사업화를 맡는) 기술지주회사 설립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과학과 기업의 연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법률안 공청회에서도 다시 의문이 제기되자, 편경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장은 “비즈니스를 위해 연구 주제를 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연구소나 관련 첨단산업을 유치해 ‘기술혁신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일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일지
■ 대덕특구와 출연연 기능 중복?

과학벨트의 중심 연구기관으로 ‘기초과학원’이 들어서 50개의 독립 연구단을 운영하게 된다. 연구원만 3천명 수준, 한 해 예산도 6500억원 규모다. 그런데 이 50개나 되는 연구 주제들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 기능과 겹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덕특구의 한 연구자는 “50개 연구단이 생기면 결국에 출연연과 기능 중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구 현장에는 기존의 출연연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덕특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대덕특구는 아직 성공 모델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다시 새 연구거점을 건설한다면, 30여년 동안 쌓아 온 대덕의 연구 역량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기능 중복 문제를 일부 인정하고는 있지만 우려를 잠재울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지역공약에 휘둘리는 기초과학?

먼 장래를 내다봐야 할 기초과학 정책이 지역개발 공약에 휘둘리는 모양새로 추진된다는 점도 문제다. 애초 이 사업은 2007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이상민 의원은 “행정복합도시 추진을 꺼렸던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충청권에 행복도시를 대신해 내건 공약이 바로 과학비즈니스벨트”라고 주장했다. 이후에 사업의 입지가 명시되지 않은 채 추진되면서 영남 지역도 경쟁 후보로 떠올라, 지금은 충청·영남권이 치열한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행복도시 계획을 대신하는 지역공약 사업으로 과학도시가 이용된 꼴이 됐고, 지역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초과학 진흥이라는 뜻이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대로 추진된다면 단기적 업적 부풀리기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기초과학 진흥이라는 좋은 뜻을 살리려면 정부의 하향식 추진을 그만두고 장기간에 걸쳐 신중히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종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 연구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되는 3조5천억원 규모의 기초과학 진흥사업. 대형 기초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중심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원을 세우고, 세계 수준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50개 연구단을 만들어 해마다 각 100억원 이상씩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여러 특례 조항을 두어 외국인 연구자와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의 결합을 꾀한다. 하나의 거점지역과 여러 기능지역, 그리고 사이트랩(연구실)을 두어 네트워크를 이룬다는 뜻으로 ‘벨트’라는 말을 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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