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환자에 프로게스테론 투여하니 사망률 절반 줄어
성 호르몬이 심각한 뇌 외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내달부터 미국에서 실시된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20일 전했다. 난소 안 황체에서 주로 분비되며 생식주기 조절을 맡아 ‘여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프로게스테론이 그 주인공이다.
앞서 100명의 임상시험에서 이 호르몬을 외상에 의한 뇌손상(TBI) 환자에게 손상 11시간 이내에 투여했을 때, 사망률이 50% 낮고 장기적인 뇌기능 장애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게스테론은 뇌신경 발달을 촉진하고 손상된 뇌조직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 프로게스테론(프로게스틴)이 아니라, 초기 피임약에 쓰였던 천연 프로게스테론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번 대규모 임상시험은 뇌 외상 치료제로 프로게스테론을 신청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시험으로, 미국 15개주의 17개 외상센터에서 1140명의 환자가 무작위로 선정돼 3~6년에 걸쳐 실시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환자가족의 동의없이도 이 시험이 이뤄지도록 허가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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