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코끼리가 사육사가 뿌려준 물에 코를 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토요판] 코끼리의 멘붕, 호랑이 위장염, 뱀 패혈증…
유럽에서 동물쇼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768년이었다. 사람이 말을 타고 묘기를 부리는 내용이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쇼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는 단체 ‘본프리’의 자료를 보면, 현재 동물쇼는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다.
싱가포르의 경우 이동 동물쇼가 금지됐고, 코스타리카와 이스라엘에서는 동물 서커스가 전면 금지됐다. 또한 체코공화국과 덴마크, 핀란드, 인도, 스웨덴은 일부 동물에 대해, 벨기에와 에스토니아, 폴란드는 야생에서 생포한 동물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동물쇼 산업이 쇠락한 영국에서는 서커스 전면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중이다. 영국 브리스틀대학의 그라치엘라 아이오사의 보고서를 보면, 1990년 513마리였던 영국의 쇼 동물은 1997년에는 92마리, 2005년에는 33마리로 줄어드는 추세다.
각국의 동물보호법마다 규정하는 동물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척추동물을 중심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척추동물이 인간과 비슷하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코끼리·침팬지·오랑우탄·돌고래 등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등 자아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이 쇼에 동원될 때엔 인간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태학자이며 심리학자인 게이 브래드쇼는 자아의식을 가진 코끼리가 일정한 정신적 충격을 당한 이후 인간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과학적 연구 결과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미국에서는 글래디스 포터 동물원과 디트로이트 동물원을 비롯한 많은 동물원이 코끼리 쇼를 중단했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이 동물쇼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각이 있는 척추동물이 동물쇼에 동원될 경우 자신의 생태적 조건에 맞는 환경에서 살아가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오사의 조사를 따르면, 동물쇼에 이용되는 동물은 일반적으로 하루 중 1~9%의 시간만 쇼를 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갇혀 지낸다. 또한 관람객이 내는 소리와 음악 등 소음은 동물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몸을 웅크리며 활동을 기피하는 회피성 행동으로 이어진다. 지속적 소음의 결과 호랑이가 위장염을 앓고 인도왕뱀이 패혈증에 걸려 죽었다는 수의학적 보고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주체크 캐나다’가 200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신체적 구속과 운동부족, 정신적 스트레스는 비만과 골격장애, 심혈관 이상, 내분비 및 신체 기능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또한 쇼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체인이나 밧줄, 사슬을 이용해 구속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심지어 신체적 구속을 하나의 훈련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동물이 말을 듣지 않아 조련사가 감정이 격해졌을 때 종종 신체적 가학이 일어나는데, 문제는 동물들이 이를 막아낼 수 없고, 동물들 스스로 왜 이런 벌이 자신에게 가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과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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