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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박근혜와 문재인의 과학기술정책 두 갈래 길

등록 2012-12-03 09:51수정 2012-12-03 09:56

사진 왼쪽부터,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한선화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부장,정성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 원장,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사회), 김승환 포스텍 연구처장, 박기영 순천대 교수. 사진/ 오철우
사진 왼쪽부터,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한선화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부장,정성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 원장,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사회), 김승환 포스텍 연구처장, 박기영 순천대 교수. 사진/ 오철우
박-문 후보쪽 과학기술정책 구상 발표
과실연 주최 토론회...과기 전담부처 설치, 창조형의 인력양성-연구관리 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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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으로서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설치하고 이공계 관련 일자리 창출에 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창조’라는 열쇳말이 강조돼 정책 시행의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8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코리아나호텔 7층 회의실에서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과학기술정책 토론회’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의 정책개발자로 참여한 민병주 의원(새누리당)과 박기영 교수(순천대 생물학과)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경제론'과 '창조형 과학기술 강국 구상'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 교수는 지난 4·11 총선 공약을 뼈대로 새롭게 추가하고 다듬은 '문재인의 8대 정책 구상'을 발표했으며, 민 의원은 박 후보의 과학기술 공약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공식 발표는 나중에 할 예정이라며 이를 대신해 박 후보의 ‘과학기술 기반 창조경제론’ 구상을 발표했다.

발표에서 문 후보 쪽은 8대 정책 공약으로 △과학기술부 부활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합법인화 추진 중단 △지방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 확대(2017년 40%) 등을 주요하게 제시했다.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확정하지 못한 박 후보 쪽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소프트웨어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 △과학과 정보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과학기술 부처 설치' 한목소리: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두 후보 쪽이 모두 다 과학기술 분야를 전담하는 부처 설치를 한 목소리로 내세웠다.

박 후보 쪽은 ‘창조경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 중 하나로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설치를 제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요 역할로는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할 연구 지원 △지식생태계 구축과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지원 등을 설정했다.

문 후보 쪽은 '과학기술부 부활'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과기부 부활. 정통부 부활에 대한 문 후보의 의지는 확실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과기부 부활의 필요성과 관련해 “과학기술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효율적 추진을 위해 연구개발 정책의 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기초·기반 연구와 대학의 기초연구 진흥 기능을 통합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정리 안돼:

두 후보 쪽은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설치를 내세웠으나, 정작 과학기술 전담 부처에 담을 구체적 기능과 조직 형태를 어떻게 할지에 관해서는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지는 못했다. 특히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생긴다면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 위상의 변화에 당연히 관심이 쏠리는데, 두 후보 쪽은 일단 국과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과학기술 전담 부처 설치 이후에도 국과위는 존속하되 기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캠프)내부에서 국과위 기능을 과기부로 이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아직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국과위 기능은 분권화하는 여러 기능을 통합·조정하는 쪽으로 살려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과기 부처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미래를 지향하는 부처로 생각하며 여기에 무엇을 담을지는 인수위에서 최종 논의될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과학기술계의 의견수렴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자율성' 다시 강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정부 입맛에 맞는 새판 짜기’ 논란에 휘말렸던 출연연에 대해서도 안정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두 후보 진영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 출연연 기관장에 대한 사표 압박 논란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민 의원은 “박 후보는 정권이 바뀌어도 과학기술은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출연연을 흔들지 않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도 출연연 흔들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출연연 통합법인화 추진과 관련해, 문 후보 쪽은 통합법인에 반대하며 개별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문 후보 쪽은 “정부 출연연의 통합법인 추진을 중단할 것”이라며 “개별 법인 형태를 유지하고 관료 체제에서 탈피해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전문가 중심의 운영체제를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경제성장론에 종속된 과기정책:

박 후보 쪽의 구체적 공약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두 후보의 정책 시각을 비교하는 일은 아직 이르다. 그렇더라도 이날 토론회에서 '과학기술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대해 두 후보 쪽이 보여준 바를 종합하면, 현실 인식과 과학기술 위상에 대한 인식에서는 두 후보 사이에 아주 큰 차이는 없는 듯이 보인다.

박 후보 쪽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는 창조경제’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현재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성장동력이 멈춰서고 있는 한국경제”라며 “쫓아가던 전략에서 이끌어가는 전략으로, 새로운 길을 창조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구상에서 과학기술은 창조경제의 구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도구로 인식된다. 비슷하게 문 후보 쪽도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시대 진입으로 새로운 성장요소 확충이 필요하다”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선도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과학기술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두 후보가 모두 다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는 그 출발점을 “신성장 동력의 창출”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 정책으로 제시되는 일자리 창출 혁명, (벤처)창업 대규모 지원 등은 이미 익숙한 공약들이다.

눈에 띄는 정책들...:

한 토론자가 두 후보 쪽이 내세우는 공약의 차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후보 쪽에서 진단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 쪽의 박기영 교수는 “무엇보다 창의력을 육성하려면 관료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확실한 탈관료화를 정책 공약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쪽의 민병주 의원은 ”예전의 과기부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맞게 미래를 지향하는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 후보의 정책 공약은 아직 제시되지 않아 두 후보의 정책을 비교할 수는 없기에, 이날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문 후보 쪽의 정책 구상에 일단 더 많은 눈길이 쏠린다. 문 후보의 주요 정책 몇 가지를 보면, 지방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를 현행 27.9%에서 2017년 40%가 되도록 확대하며, 지자체 단위에 지역혁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또 박사급 연구인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7년까지 대학 연구기관에 박사급 인력 1500명을 채용하도록 지원해 대학의 기초연구와 R&D 체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중을 대폭 줄여나가 2017년까지 정규직 1만 명을 고용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의 의무 할당제를 시행해 중소기업의 R&D 지원 비중을 현재 60%에서 2017년 90%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학생연구원(대학원생)이 생계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박사과정 소요재원의 자기부담 비중(현재 56.5%, 2008)을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목표 수치와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또 공공 목적의 R&D을 늘리고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 합의회의, 타운미팅(타운홀미팅), 국민배심원제 등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대선 공약, 2007년과 2012년:

이날 발표된 2012년 대선 후보들의 과학기술 정책 구상을 2007년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비교하면, 진지한 고민 없이 재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만하게 비슷한 점도 여러 대목에서 발견된다. 문 후보 쪽의 "창조형 과학기술 강국 구상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한류" 구호는 2007년 정동영 당시 후보의 "가족행복 시대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초일류 과학기술 강국 도약" 구호와 비슷하고, 정 당시 후보의 제1정책인 "창조혁신형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명박 당시 후보는 "한국경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임을 강조하며 "기초과학, 핵심원천기술에 승부를 걸어" "미래 성장 동력인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는" 연구개발의 지원 전략을 내걸었다.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며 "정부는 지원하지만 간섭을 최소화하여, 과학기술인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겠다"며 출연연 자율성 확대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R&D 투자 확대, 출연연 자율성 강화, 융합 연구와 창의적 연구 활성화, 연구개발 인재 육성 등등의 정책은 2007년 대선에서나 2012년 대선에서나 후보들의 공약에서 단골메뉴가 되어 백화점 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부 토론자들은 "두 후보 정책에서 큰 줄기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식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2007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연구개발과 비즈니스의 연계를 유난히 부각했던 2007년 이명박, 정동영 당시 후보의 공약에 비교하자면, 2012년 박 후보와 문 후보의 공약에서는 '돈 되는 연구개발'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있다. 또한 박 후보의 공약은 아직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날 발표된 문 후보의 과학기술 정책 구상만을 놓고 보면 △ 지방의 R&D 비중 확대 △중소기업 R&D 지원 확대 △ 학생연구원과 박사급연구원의 인건비, 직업안정성 문제 완화 △ 공공기술에 대한 투자와 시민 참여 확대 등 같은 정책은 2007년 대선 당시 후보 공약들에선 잘 눈에 띄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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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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