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리에서 출토된 볍씨들은 허문회 박사에 의해 ‘고대벼‘와 ‘유사벼‘로 분류됐다. 출처 / 청원군의 사이버박물관 ‘소로리 볍씨관‘ http://tour.puru.net/sub.php?menukey=127
김경자-이융조 등 연구팀, 미국서 연대 측정 결과 국제 저널에 발표
"지오크론, 서울대, 애리조나랩의 토탄, 유사벼, 고대벼 연대 분석 일치”
금강 주변의 청원군 소로리 유적지에서 출토된 고대 볍씨가 1만2500여 년 전의 것이라는 기존 연대 측정 결과를 다시 확인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는 '유사벼(quasi rice)'로 분류된 볍씨와 토탄(매우 오래 전 늪지대에서 유기물과 뒤섞여 말라 형성된 지층의 흙)의 연대 측정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고대벼(ancient rice)'로 분류된 볍씨의 연대 측정이 이뤄졌으며, 세 가지 결과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전했다. 연구자들은 소로리 벼가 한반도에서 지배적인 자포니카 벼 계통임을 보여준다는 형태 비교와 해석도 덧붙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김경자 박사(지질조사연구실)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의 이융조 이사장, 우종윤 원장,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자가 참여한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핵 계측기기와 방법: 물리학 연구 B>에 발표한 논문('한국 소로리 고대 볍씨의 방사성 탄소 연대')에서 “소로리 볍씨 유물에 대해 미국 애리조나대학에 있는 ‘미국과학재단(NSF) 애리조나 가속기질량분석(AMS) 연구소’에서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 [해발 30~32 미터 토탄층에서] 출토된 볍씨와 토탄은 각각 1만2520년(±150년)과 1만2552년(±90년) 전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2001년에 연구소 두 곳에서 이뤄진 토탄과 유사벼에 대한 연대 측정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볍씨의 껍질을 관찰하면, 고대벼(위쪽 2개)의 껍질은 돌기들로 이뤄져 있지만, 유사벼(맨아래)의 껍질은 편평한 모습을 띤다. 출처 / 청원군의 사이버박물관 ‘소로리 볍씨관‘ http://tour.puru.net/sub.php?menukey=127
1998년 청원군 소로리에서 처음 고대 볍씨들이 출토된 이후에 여러 차례의 탄소 연대 측정이 이뤄졌다. 본격적인 연대 측정은 2001년에 미국 민간연구소 지오크론(Geochron)과 서울대에서 이뤄졌다. 당시에 지오크론의 분석에서는 토탄이 1만2000~1만3000년 전의 것으로, 서울대 분석에서도 토탄과 유사벼가 1만2500년 전 것으로 측정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연대 측정 범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당시까지 토탄과 유사벼에 대해서는 연대 측정이 이뤄졌지만 고대벼에 대해서는 따로 연대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논문은 "2009년에 소로리 박물관 설립 작업의 일환으로 '고대벼'의 방사성 탄소 연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675쪽)고 전했다. 당시에 '고대벼'와 '유사벼'의 분류는 벼 전문가인 고 허문회 박사가 전자현미경 분석을 거쳐 했는데, 현대 볍씨처럼 껍질이 울퉁불퉁한 것은 고대벼로, 껍질이 편평한 것은 유사벼로 분류됐던 터였다. 고대벼로 분류된 볍씨의 연대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연구자들은 고대 볍씨만을 대상으로 한 연대 측정에 나섰다. 그러나 출토된 볍씨는 쉽게 부스러지는 변성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로 보존 처리를 하고 난 뒤였다. 이번에 분석 대상이 된 볍씨 7톨 가운데 6톨은 그렇게 보존 처리를 한 것들이었다. 다행히 토탄과 함께 뭉쳐 있어 보존 처리를 하지 않은 고대 볍씨 1톨도 함께 애니조나대학 연구소에 보내졌다. 분석 결과는 기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보존 처리가 된 6톨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나머지 1개는 볍씨와 토탄을 분리해 따로 연대 측정을 한 결과에서 볍씨와 토탄의 연대는 각각 1만2520년(±150년)과 1만2552년(±90년) 전의 것으로 판정됐다. 두 시기가 일치해 볍씨와 토탄이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볍씨의 크기, 길이/폭 비율로 비교한 현대 자포니카, 자바니카, 인디카 벼 계통과 고대 볍씨들의 형태 분포. 큰 원이 소로리 볍씨이며 작은 원은 3000년 전 가와지 볍씨, 세모는 5000년 전 가와지 볍씨들이다. 고대 벼들은 소로리 볍씨에서 가와지 볍씨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자포니카 계통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출처/ 김경자, 이융조 등(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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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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