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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암모니아자동차 납신다…석유 연료야, 자리 비켜라

등록 2013-05-28 20:06수정 2013-06-02 11:36

[과학과 내일] 온실가스 감축의 새로운 희망
화석연료는 유한하고 이산화탄소 감축은 시대사명이 됐다. 태양광·태양열·풍력·수소 등 각종 대안이 나왔지만 속시원한 후보는 아직 없다. 비료로 쓰이는 암모니아가 유력한 대체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를 식혀줄 빗줄기가 내리는 27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마당에는 기아자동차 모닝 한 대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움직였다. 겉모양은 여느 제품과 다를 바 없는 이 자동차의 운행에 ‘시운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액화석유가스(LPG) 대신 암모니아(NH₃)를 연료로 작동됐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황주호)이 개발한 시범차 ‘암비’(AmVeh)는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암모니아를 채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다.

암모니아는 질소(N)와 수소(H)로 이뤄져 있다. 질소는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수소는 물속에 무궁무진하다. 이 둘을 합성하면 암모니아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암모니아는 지금도 1년에 2억t 가까이 생산된다. 세계 생산량은 2007년 1억3000만t에서 지난해 1억9800만t으로 크게 증가했다. 생산량의 80%가 비료로 쓰이는데 가뭄 등으로 미국에 흉년이 들면서 암모니아 수요량이 크게 늘었다.

세전 판매단가는 1리터에 488원이다. 발열량은 휘발유에 비해 2.3분의 1 수준이다. 2010년 기준 세전 휘발유값이 1리터에 876원인 데 비해 같은 열량을 내는 암모니아는 1100원으로 다소 비싸다. 하지만 화석연료 가격이 올라가거나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돼 배출부담금이 부과되면 차세대 에너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경쟁자인 수소는 저장·수송에 비용이 크게 들어, 상온에서 액체로 보관하기 쉬운 암모니아의 적수가 아니다. 미국 에너지국(DOE)은 일찌감치 암모니아를 대체에너지 목록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현재 암모니아 생산은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재료로 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1904년 독일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는 수소와 질소에 철을 촉매로 500도의 고온과 300기압의 고압을 가하면 암모니아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은 이 공로로 노벨상까지 받았다. 지금의 생산방식은 수소를 얻기 위해 천연가스나 석유를 원료로 쓴다는 게 문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화석연료보다 값이 싼 친환경 대체에너지로서는 점수가 아직 모자란다.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데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3~5%가 쓰이고 세계 에너지의 2%가 소요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화학적 방식은 질소와 물에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암모니아는 그야말로 공기와 물로 만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다만 전극과 전해질막, 촉매 등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넘어야 할 과제들이다. 연구팀은 또 염화리튬(LiCl), 염화포타슘(KCl), 염화세슘(CsCl) 등 염을 350도 정도로 가열해 만든 용융염 속에서 수증기와 질소이온을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연료연구단의 김종남 책임연구원은 “기반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 암모니아 생성 효율은 세계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은 기존 방식에 비해 워낙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생산효율을 높이는 게 숙제다. 하지만 지금의 연구 속도면 10년 안에 하버-보슈 방식의 절반 가격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생산방식이 성공하면 사막의 태양광 발전, 적도지방의 해양온도차 발전, 칠레 등 해상의 풍력발전 등에서 생산한 전기로 암모니아를 만들어 북반구로 옮겨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이 암모니아에 주목한 것은 내연기관을 뼈대로 한 기존 수송수단의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액화석유가스-휘발유 혼합 연소 자동차를 개조해 암모니아-휘발유 혼합 연소 자동차를 만들었다. 다만 암모니아의 부식성 때문에 연료통과 연료주입 시스템, 배관 등을 바꾸고 전자제어장치(ECU)를 새로 만들었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면 미연소 암모니아와 질소산화물(NOx)이 배기가스로 나오는데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물로 바꾸는 장치도 장착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암모니아로 운행하는 친환경 자동차 ‘암비’를 개발해 27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마당에서 시연회를 열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암모니아로 운행하는 친환경 자동차 ‘암비’를 개발해 27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마당에서 시연회를 열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올해 3월부터 연구원 안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한 암모니아 자동차는 평지에서 최대 시속 60㎞(내리막에서는 80㎞)의 속도를 냈다. 이때 암모니아가 70%, 휘발유가 30% 사용됐으며, 연비는 리터당 9.74㎞였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 이탈리아 자동차회사가 선보인 암모니아 연료 도요타 스포츠카는 30리터의 100% 암모니아로 180㎞를 운행해 연비 6㎞를 달성하기도 했다.

암모니아를 자동차의 연료로 부분사용하면 100% 휘발유를 썼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크게 줄어든다. 휘발유 연소 때는 발생 가스의 13.5%가 이산화탄소이지만, 70%를 암모니아로 대체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2.5~3.5%로 70% 이상이 저감된다. 국내 자동차의 20%를 암모니아 자동차로 전환하면 연간 1060만t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돼 전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감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종남 책임연구원은 “휘발유 자동차의 경우 기존 시스템으로 암모니아 혼용 비율을 8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디젤자동차에는 고압분사장치가 애초 장착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암모니아의 100%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다음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암모니아 자동차가 최근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1933년에 노르웨이에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트럭이 나왔고 1943년에는 벨기에에서 암모니아 버스가 운행됐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는 암모니아로 운항하는 항공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더 이전으로는 디젤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디젤은 애초 암모니아 가스엔진을 7년 동안 연구하다 포기하고 공기를 압축시켜 얻은 높은 열로 연료를 점화폭발시키는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암모니아 엔진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에너지 전문 투자 은행가로서 피크오일이론(석유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특정 시점에 급격히 줄어든다는 이론) 신봉자이자 미국 부시 대통령 시절 에너지자문관을 지낸 매슈 시먼스가 수소 저장과 수송의 고비용을 지적하며 대안으로 암모니아 시스템을 제안하면서다. 이때 구성된 암모니아국제학회는 올해로 9년째 열리고 있다.

실제로 같은 양(수소로 환산한 값)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수소가 3달러인 데 비해 암모니아는 3.8달러로 암모니아가 다소 비싸다. 하지만 배관으로 이송하는 비용은 수소가 1.87달러이지만 암모니아는 0.19달러밖에 안 된다. 수소 저장비용은 훨씬 비싸 6개월을 저장할 경우 생산·이송·저장 비용이 수소는 19.82달러로 암모니아(4.53달러)의 4.3배에 이른다.

암모니아 자동차의 유리한 점은 무엇보다도 기존 내연기관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료만 대체하면 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2억t의 암모니아가 생산·이송되고 있어 별도의 수송·저장장치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특히 미국은 암모니아를 파이프라인으로 수송하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암모니아는 냄새가 심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디젤이 애초 암모니아 연구를 포기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냄새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배기가스를 촉매로 반응시켜 냄새를 없애는 기술이 개발됐다.

폭발 위험성이나 독성 문제도 다른 연료보다 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형중 청정연료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연구용역을 한 결과 암모니아의 위험성이 휘발유와 비슷하고 프로판가스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나왔다. 100년 동안 비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해와 안전기술이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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