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16년까지 5900t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을 건조해 본격적인 해양광구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해양과학조사선 조감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과학과 내일] 5900t급 해양과학 조사선 2016년 출항
우리나라에서 1만㎞, 미국 하와이에서 동남쪽으로 3000㎞ 떨어진 태평양의 5000m 아래 해저에는 5억6000만t의 망간단괴가 깔려 있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이 금속 덩어리들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원장 강정극) 연구진이 발견해 소유권이 우리나라에 있다. 이 망간단괴를 캐내려면 바닷속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망간단괴를 채집할 로봇을 자유자재로 조종해야 한다. 망망대해에서 이 작업을 하려면 웬만한 파도에도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버티는 배가 필요하다. 망간단괴를 찾아낼 때 쓰인 1400t급 ‘온누리호’로는 어림없다. 광구를 발견한 것만도 기적이다.
해양과기원은 망간단괴 광구 등 해양자원 연구와 해양탐사 및 기후변화 연구에 사용할 5900t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을 2015년 말까지 건조해 2016년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양과학조사선은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을 횡단해 전 지구를 일주하면서 지구 기후변화가 한국 해역에 미치는 영향에서부터 기후연구 국제네트워크를 위한 해양탐사 연구, 대양 생태계 및 환경 연구에 이르기까지 전천후 해양연구에 나선다. 높이가 10층짜리 건물에 맞먹는 선박에는 탐사를 위한 여러 장비와 각종 연구를 위한 실험실들이 들어서 ‘바다 위의 연구소’ ‘해양연구의 항공모함’이라 일컬어진다. 박정기 해양과기원 종합연구선건조사업단장은 “우리나라 기후를 연구하려 해도 전지구적 연구를 하지 않으면 오판을 할 수 있다. 가령 메뚜기 실험을 하면서 다리가 부러진 메뚜기를 보고 뛰라고 해놓고 메뚜기가 못 뛰자 다리가 부러지면 메뚜기 귀가 먹더라는 잘못된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으로 우리의 대양 연구가 큰 전환을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누리호로는 사실 대양 연구를 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동태평양 광구만 해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가고 오는 데 12일이 걸린다.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는 30일의 절반이다. 과학자도 20명밖에 못 탄다. 배 길이가 짧아 ‘심부퇴적층 코어시료’ 채취장비 길이도 10m로 제한된다. 모든 분석과 데이터 수집은 갑판에서 임시로 이뤄진다. 해양과학조사선은 60일 동안 항해를 할 수 있고, 38명의 과학자가 탑승할 수 있다. 30m짜리 코어시료를 장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시료와 데이터들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각종 장비가 갖춰진 연구실에서 즉석 연구를 할 수 있다.
과학자 38명 태우고 60일 항해 가능
태평양 심해 망간단괴 개발 첫 과제
광부로봇도 개발…작동 시험 성공 5천t급 해양연구선 경쟁대열 합류
국제연구 네트워크 초대도 받아
기후·해양생태계 연구 큰 성과 기대 해양과학조사선이 온누리호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온누리호는 노르웨이에서 제작했다. ‘7000t급 쇄빙선을 만들었는데 5000t쯤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양연구선은 6m 파도에서도 전후좌우 4개의 프로펠러를 조절해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것처럼 정밀하게 제동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프로펠러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이 연구 장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선상에서 음파를 쏘아 해저 지형을 측정할 때 소음으로 오류가 생기면 귀가 없는 얼굴을 그리듯 완벽한 지도를 작성할 수 없게 된다. 또 카메라를 매단 쇠사슬을 수천m 아래로 늘어뜨려 해저와의 사이를 2~5m로 유지하면서 바닥을 촬영해야 하는데 진동으로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 해저에서는 10m만 벗어나도 광맥을 잃어버린다. 우리나라 조선회사들이 해군 함정을 제작하면서 축적한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해양과기원은 기대하고 있다. 해양과학조사선이 취항하는 2016년께부터 우리나라는 영국·독일·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 등과 5000t급 해양연구선 경쟁에서 어깨를 견주게 될 전망이다. 2005년에 건조된 독일의 ‘마리아 S. 메리안호’(5573t)와 프랑스의 ‘푸르쿠아파호’(6500t)에 이어 영국의 ‘뉴디스커버리호’(6000t)가 지난주 대서양에서 시운전에 들어갔다. 오스트레일리아도 곧 6200t급의 해양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세계 해양연구선이 5000t급으로 건조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연구 성과야 배가 클수록 좋겠지만 연료비 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해보니 5000t급이 가장 적절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조사선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망간단괴 광구 개발을 위한 상용연구이다. 망간단괴는 금속 덩어리 중에 망간이 가장 많아 붙은 이름으로, 실제로는 철,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 등 40여종의 금속 성분이 들어 있는 ‘다금속단괴’이다. 심해저 망간단괴에 들어 있는 구리나 코발트의 양은 육지 광산에서 채굴한 토사에서 얻는 양의 2배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2002년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확보한 망간단괴 광구는 동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균열대 사이에 있다. 수심 3800~5600m의 평평한 바닥에는 1000년에 1㎝씩 쌓인 퇴적물이 수백미터 두께로 쌓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소유권이 있는 광구는 7만5000㎢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우리가 확보한 매장량은 연간 300만t씩 100년 이상을 채광할 수 있는 양이다. 해양과기원은 과학조사선 건조에 맞춰 광구 개발 연구에 쓰일 채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입력한 대로 스스로 이동하면서 망간단괴를 채집하는 채광로봇 ‘미내로’를 세계 최초로 1370m 수심에서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미내로는 포항 동동남쪽 130㎞ 해역에서 설계된 주행경로를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배 위에서 원격 제어하는 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광물을 뜻하는 ‘미네랄’과 ‘로봇’의 합성어인 미내로는 길이 6m, 너비 5m, 높이 4m의 로봇으로 중량이 공기 중에서는 28t, 물속에서는 9t에 이른다. 해양자원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가 해양기후순환 연구다. 해양과학조사선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라니냐, 이상 고·저온 현상 등 해양기인성 기후변동의 사이클과 원인, 해양 산성화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이 기후대가 좁아져서 일어나는 것인지, 해양 온도 조건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를 분석할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또 우리 해양과학자들은 심해저의 미생물·동물·식물 등의 생태계 연구와 지질학·지구물리학적 연구에서도 큰 진전을 볼 수 있다. 박정기 단장은 “해양 연구를 통한 각종 자료들은 국제적으로 공유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많았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우리가 2015년께 해양과학조사선을 완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협력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협력연구를 타진받아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예산이 1067억원 투여되는 해양과학조사선 건조사업은 현재 기본설계가 완료되고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길이 100m, 너비 18m짜리 모선의 26분의 1 크기인 모형선을 제작해 실제 운항 상황을 모의실험하고 있다. 12월에 같은 크기로 프로펠러를 제작해 추진 실험까지 마치면 내년 4월1일 ‘스틸커팅’(외관 블록별로 철판을 자르는 일)에 들어간다. 10월께 장비 탑재가 시작돼 완료되는 12월14일에 조선사로부터 배를 인도받는다는 것이 해양과기원의 사업 추진 일정이다. 이때부터 수심 1만m 대양에 나가 장비를 가동하고 각종 성능시험을 한 뒤 2016년 6월 취항식을 한 뒤 본격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대형 해양과학조사선과 짝을 이뤄 수천m 바닷속을 누비며 망간단괴를 채광할 로봇 ‘미내로’.
태평양 심해 망간단괴 개발 첫 과제
광부로봇도 개발…작동 시험 성공 5천t급 해양연구선 경쟁대열 합류
국제연구 네트워크 초대도 받아
기후·해양생태계 연구 큰 성과 기대 해양과학조사선이 온누리호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온누리호는 노르웨이에서 제작했다. ‘7000t급 쇄빙선을 만들었는데 5000t쯤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양연구선은 6m 파도에서도 전후좌우 4개의 프로펠러를 조절해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것처럼 정밀하게 제동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프로펠러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이 연구 장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선상에서 음파를 쏘아 해저 지형을 측정할 때 소음으로 오류가 생기면 귀가 없는 얼굴을 그리듯 완벽한 지도를 작성할 수 없게 된다. 또 카메라를 매단 쇠사슬을 수천m 아래로 늘어뜨려 해저와의 사이를 2~5m로 유지하면서 바닥을 촬영해야 하는데 진동으로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 해저에서는 10m만 벗어나도 광맥을 잃어버린다. 우리나라 조선회사들이 해군 함정을 제작하면서 축적한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해양과기원은 기대하고 있다. 해양과학조사선이 취항하는 2016년께부터 우리나라는 영국·독일·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 등과 5000t급 해양연구선 경쟁에서 어깨를 견주게 될 전망이다. 2005년에 건조된 독일의 ‘마리아 S. 메리안호’(5573t)와 프랑스의 ‘푸르쿠아파호’(6500t)에 이어 영국의 ‘뉴디스커버리호’(6000t)가 지난주 대서양에서 시운전에 들어갔다. 오스트레일리아도 곧 6200t급의 해양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세계 해양연구선이 5000t급으로 건조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연구 성과야 배가 클수록 좋겠지만 연료비 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해보니 5000t급이 가장 적절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조사선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망간단괴 광구 개발을 위한 상용연구이다. 망간단괴는 금속 덩어리 중에 망간이 가장 많아 붙은 이름으로, 실제로는 철,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 등 40여종의 금속 성분이 들어 있는 ‘다금속단괴’이다. 심해저 망간단괴에 들어 있는 구리나 코발트의 양은 육지 광산에서 채굴한 토사에서 얻는 양의 2배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2002년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확보한 망간단괴 광구는 동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균열대 사이에 있다. 수심 3800~5600m의 평평한 바닥에는 1000년에 1㎝씩 쌓인 퇴적물이 수백미터 두께로 쌓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소유권이 있는 광구는 7만5000㎢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우리가 확보한 매장량은 연간 300만t씩 100년 이상을 채광할 수 있는 양이다. 해양과기원은 과학조사선 건조에 맞춰 광구 개발 연구에 쓰일 채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입력한 대로 스스로 이동하면서 망간단괴를 채집하는 채광로봇 ‘미내로’를 세계 최초로 1370m 수심에서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미내로는 포항 동동남쪽 130㎞ 해역에서 설계된 주행경로를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배 위에서 원격 제어하는 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광물을 뜻하는 ‘미네랄’과 ‘로봇’의 합성어인 미내로는 길이 6m, 너비 5m, 높이 4m의 로봇으로 중량이 공기 중에서는 28t, 물속에서는 9t에 이른다. 해양자원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가 해양기후순환 연구다. 해양과학조사선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라니냐, 이상 고·저온 현상 등 해양기인성 기후변동의 사이클과 원인, 해양 산성화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이 기후대가 좁아져서 일어나는 것인지, 해양 온도 조건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를 분석할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또 우리 해양과학자들은 심해저의 미생물·동물·식물 등의 생태계 연구와 지질학·지구물리학적 연구에서도 큰 진전을 볼 수 있다. 박정기 단장은 “해양 연구를 통한 각종 자료들은 국제적으로 공유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많았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우리가 2015년께 해양과학조사선을 완성한다는 얘기를 듣고 협력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협력연구를 타진받아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예산이 1067억원 투여되는 해양과학조사선 건조사업은 현재 기본설계가 완료되고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길이 100m, 너비 18m짜리 모선의 26분의 1 크기인 모형선을 제작해 실제 운항 상황을 모의실험하고 있다. 12월에 같은 크기로 프로펠러를 제작해 추진 실험까지 마치면 내년 4월1일 ‘스틸커팅’(외관 블록별로 철판을 자르는 일)에 들어간다. 10월께 장비 탑재가 시작돼 완료되는 12월14일에 조선사로부터 배를 인도받는다는 것이 해양과기원의 사업 추진 일정이다. 이때부터 수심 1만m 대양에 나가 장비를 가동하고 각종 성능시험을 한 뒤 2016년 6월 취항식을 한 뒤 본격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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