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장원석(27·홍익대 건축학과)씨와 윤홍식(27·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사과정)씨
동영상 대상 받은 장원석·윤홍식씨
“과학 하는 삶이라는 것도 일상의 반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엄청난 발견을 이룬다고 해서 날마다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구나, 작은 일상이 모여야 큰 발견으로 이어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윤홍식(27·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사과정·사진 오른쪽)씨와 함께 6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주최의 ‘과학 하는 삶’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장원석(27·홍익대 건축학과)씨는 이렇게 말하며 “양면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내일을 향한 기술’이란 제목이 붙은 동영상은 윤씨의 실험실 생활을 담았다.
동영상은 별 계획 없이 만들어졌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둘은 1월1일 구체적인 촬영 계획도 없이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고선 해질녘까지 서너 시간 동안 해수담수화와 적정기술을 연구하는 윤씨의 연구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늦은 밤에야 ‘퇴근’하고 연구실에서 밤샘도 하는 모습은 담지 못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이야기는 오히려 잔잔한 울림을 준다.
윤씨가 밥을 정성껏 으깨며 실험을 준비하는 장면은 이색적이다. 제3세계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적정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마실 물을 구하기 힘든 곳에서 물속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 녹말과 효소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적정기술은 내가 하는 일에 가치와 보람을 주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준다”고 말했다.
그에겐 거창한 꿈이 없다고 한다. “흔히 연구라 하면 멋있고 진전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내게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었고 동료들과 해결책을 나누며 실패를 줄여가는 과정”이었다는 윤씨는 “꿈이 있다면 날마다 닥치는 선택의 순간에 좀 더 옳은 선택을 하며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촬영·편집을 맡은 친구 장씨는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한나절 보고 듣다 보니, 나중엔 연구자의 소소한 일상에 담긴 어떤 메시지를 찾아 꼭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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