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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블루마블이 보이는 불면증의 터미널…우주인의 삶은 고달프다

등록 2015-09-11 16:12

영화 ‘그래비티’.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그래비티’.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별 / 우주정거장과 우주인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 끝자락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인간은 1970년대 몇 차례 달에 간 것을 제외하곤 지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대신 지구궤도에 우주정거장을 띄워놓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한 우주인은 통산 880여일을 우주에서 보내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무중력 공간에 머물러도 문제가 없는 걸까요? 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한국이 싫은 계나는 호주로 떠났다지만(소설 <한국이 싫어서>), 어떤 부조리한 이유로 지구 자체가 싫어진 사람은 당장 어디로 가야 할까.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라면 38만㎞밖에 떨어지지 않은 달이 답이다. 이 정도 거리면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 사이를 열다섯번 정도 왕복하는 노력이면 충분히 다다를 수 있다. 지구에서는 작은 철새도 일생에 걸쳐 거뜬히 이동하는 거리다(필립 후즈, <문버드>). 게다가 표면에 화산성 동굴이 널려 있어, 그 아래에 숨어 살면서 몸에 해로운 우주선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는 1970년대 초 이후로 달에 가지 않았다. 달은 아직 황무지로 남아 있고, 당분간은 거주지로 개발될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나중에 달기지를 건설하게 되면 그때 이주를 생각해 봐도 늦지 않겠다.

다음으로 고려할 천체는 화성이다. 일단 지구와 쌍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닮았다. 평균 온도가 지구보다 낮아 조금 춥기는 해도(영하 60도), 해가 드는 곳은 가을을 맞은 요즘의 지구 정도로 따뜻해(20도 내외) 그럭저럭 살 만하고, 지형도 지구의 사막과 아주 흡사하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서, 화성과 지구가 공전 중 서로 접근하는 시기를 이용할 경우 반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가 지구의 1% 미만으로 엷다는 점과, 인류가 아직 유인탐사선을 달보다 먼 거리로 보낸 경험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화성행은 좀 더 연구가 진행된 근미래에 택하자. 전문가들은 10~15년 뒤면 최초의 유인 화성탐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의 뗏목

달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화성은 아직 시기상조인 때에, 인류는 우주로 나가려는 꿈을 다른 방식으로 이뤘다. 지구 밖을 꿈꾼다고 해서 꼭 버젓한 위성이나 행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바다에 진출한다고 해서 꼭 모두가 섬이나 대륙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바다 한가운데에 수상가옥을 짓는 사람도 있고 뗏목을 띄워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주에도 수상가옥이나 뗏목에 해당하는 구조물을 만들어 두고 거기에 임시로 거주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그걸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 바로 우주정거장이다.

우주정거장의 역사는 1970년대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 10년 전을 먼저 짚어야 한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 공간에서 지구 주위를 1시간48분 동안 돌았다. 소련의 우주공학자들은 아마 그때 상상했을 것이다. 우주에 반영구적인 우주선을 띄우면 사람이 더 오래 머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10년 뒤인 1971년 소련은 드디어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Salyut) 1’을 건설해 우주궤도에 올렸다. 살류트는 군용과 민간용을 막론하고 여러 기가 발사됐다. 미국도 뒤질세라 ‘스카이랩’을 발사했다. 스카이랩은 이름 그대로 과학연구 목적에 충실했는데, 태양의 표면 구조를 확인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이 우주선은 나중에 궤도 유지에 실패하면서 지상으로 조금씩 고도가 낮아졌고, 결국 남반구에 파편을 흩뿌리면서 타버렸다.

나사(NASA)의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가 지난 6월22일 지구의 오로라와 함께 찍은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 지난 5일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지휘권을 인수한 스콧 켈리는 우주에서 1년을 머물며 지상에 있는 쌍둥이 형 마크 켈리와 신체 각 부위의 변화와 감정 상태를 비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나사(NASA)의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가 지난 6월22일 지구의 오로라와 함께 찍은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 지난 5일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지휘권을 인수한 스콧 켈리는 우주에서 1년을 머물며 지상에 있는 쌍둥이 형 마크 켈리와 신체 각 부위의 변화와 감정 상태를 비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지구가 싫어지면 어디로 가야 할까
달·화성 아직 유인기지 계획 없고
우주정거장은 지금 인류 사는 곳
1971년 소련 ‘살류트 1’ 이후
‘스카이랩’, ‘미르’ 등 정거장 활약

현재는 ‘ISS’, 중국 ‘톈궁’만 운영
ISS는 6140일째 400㎞ 상공 떠서
다양한 무중력 실험 이뤄져
우주멀미, 골다공증, 수면장애…
고달파도 220명 방문했다

소련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개발한 정거장의 수는 1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짧게는 십여일, 길게는 수천일 동안 운영되다 퇴역했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건 소련이 만든 ‘미르’였다. 1986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주정거장으로 활약했다. 여러 우주선(모듈)이 결합한 형태로 다른 단독 정거장보다 규모도 컸는데, 내부 공간이 넓은 만큼 우주인도 더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오늘날 미르는 퇴역했고, 두개의 다른 우주정거장이 밤하늘을 누비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를 통해 친숙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의 톈궁(천궁)이다. 이 가운데 국제우주정거장은 1998년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시작은 러시아와 미국이었다. 러시아가 모듈 ‘자랴’(Zarya)를 발사하자 미국도 ‘유니티’(Unity)를 발사했다. 이 둘이 상공에서 역사적인 결합을 했고 이후 추가 모듈이 수십개 이상 결합하면서 지금의 국제우주정거장이 완성됐다. 국제우주정거장은 12일 현재 6140일째 운영되고 있어, 이미 미르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 운영된 우주정거장이 됐다. 덩치도 커다란 초등학교 운동장을 꽉 채울 정도로 크며(가장 긴 곳의 길이가 100m가 넘고 짧은 쪽도 70m가 넘는다. 우주정거장 가운데 역대 최대다), 무게는 25t 덤프트럭 약 17대 분량(약 420t)에 해당한다. 이렇게 거대한 쇳덩이가 지상 400㎞ 상공에 뜬 채로 시속 2만8000㎞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다. 지구 주위를 1시간 반 만에 한바퀴 도는 맹렬한 속도로, 그 인공적인 속도 때문에 간혹 지상에서도 관측이 된다.

우주 생활은 고달프다

우주정거장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전초기지다. 정거장이라고 하니까 버스정거장처럼 중간기착지의 느낌이 나는데, 아직은 우주정거장을 거쳐 다른 천체에 간 사례는 전혀 없다. 남극의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처럼 연구원들이 머물면서 더 깊은 연구를 하며 개척을 기다리는 장소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린다.

연구 주제는 주로 중력이 낮은 상태에서 물질과 생명체가 보이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지상에서와 합금이 만들어지는 양상이 달라 지상에서 만들지 못하는 합금을 실험한다. 불꽃의 연소 패턴도 다르고(더 뭉툭하고 동그랗게 탄다) 식물의 생장 패턴도 변한다. 지난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연구진이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해 식량으로 활용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이 역시 아주 중력이 낮은 곳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꼼꼼히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에서 하는 실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몸에 대한 것이다. 사실 우주인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고달프다. 우리의 신체 역시 미시중력(아주 낮은 중력)의 우주에서 여러 가지 장·단기적 변화를 겪는데, 이런 변화는 오직 우주정거장에서만 연구될 수 있다. <과학동아>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소속 우주과학자와 생물학자, 의학자 23명과 함께 우주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변화들을 꼽아본 적이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우선 우주멀미가 있다. 우리의 눈은 지상에서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데 익숙해 있다. 전정기관은 중력을 감지해 몸의 평형을 유지하며 근육 역시 중력을 고려해 몸의 균형을 맞춘다. 우주로 나가면 다르다. 일단 위아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시각이 큰 혼란에 빠진다. 중력이 약하니 전정기관과 자세를 제어하는 근육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눈으로 보는 공간과 몸이 느끼는 공간이 어긋나며 큰 어지러움을 느끼는데, 이게 우주인들이 괴로워하는 우주멀미다.

얼굴도 붓는다. 중력이 작용할 때는 신체 가장 아래쪽인 다리에 몰리던 혈액이 큰 생수통 용량(2ℓ)만큼 빠져나와 가슴과 머리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흘러든다. 이렇게 모인 수분은 신장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만성적인 탈수 증세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뼈에서 매달 1% 정도씩 칼슘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진다. 우주인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동안, 이를 막기 위해 탄성이 있는 고무줄을 착용해 몸을 아래로 당겨주며(인공중력의 역할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린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겐나디 파달카. 파달카는 총 5차례의 우주비행을 통해 생애 통산 883일(12일 기준)을 우주에서 지내는 신기록을 세웠다. 나사(NASA) 제공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겐나디 파달카. 파달카는 총 5차례의 우주비행을 통해 생애 통산 883일(12일 기준)을 우주에서 지내는 신기록을 세웠다. 나사(NASA) 제공

우주관광하는 이들도

낮밤 구분이 없는 생활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 항공우주국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활약했던 우주왕복선 탑승 우주인 64명과,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렀던 우주인 21명을 대상으로 수면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6시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에서의 평균 수면시간보다 약간 낮은 결과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인원의 75% 정도가 졸피뎀 등 수면제를 처방받고 잠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 수면장애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수면제 처방은 특히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선외활동을 앞두고 많았다.

이토록 힘든 활동임에도 여전히 많은 우주인들이 국제우주정거장을 찾는다. 현재 활동 중인 제44차 대원 6명을 포함해 모두 220명이 총 373번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했다(중복 방문자가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두 번 다녀온 사람은 79명, 세 번 다녀온 사람은 28명, 심지어 4번 다녀온 사람도 6명이나 있었다). 국적별 방문자 통계를 보면 미국인 141명이 250회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러시아(76명), 일본(11명) 차례다. 여성 우주인의 방문 횟수는 10%가 채 안 되는 33회다. 노벨상의 여성 수상자 비율(약 5%)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우주인이 여성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장벽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재미있는 기록도 많다. 373번의 방문 가운데에는 7번의 ‘관광’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와서 국제우주정거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4000만달러(우리 돈 440억원)를 내고 아이티기업으로 돈을 번 부호 등이 신청했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한 번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기록은 국제우주정거장이 아니라 미르 시절에 세워졌다. 러시아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가 1995년 미르에서 438일 살았다. 여성 중에서는 최근까지 미국 우주인 수니타 윌리엄스가 195일 산 게 최고 기록이었는데, 지난 7월 초 이탈리아 우주인 사만타 크리스토포레티가 199일로 기록을 경신했다. 수니타 윌리엄스는 2007년 4월, 미국에서 보스톤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똑같이 러닝머신 위를 달려 마라톤을 완주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초의 ‘우주’ 마라토너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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