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한겨레 자료사진
‘음주 측정’, 진짜 그래요?
가글링을 하면 음주운전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물이나 가글링 용액으로 입을 헹구면 알코올 농도를 떨어뜨려 음주운전 단속을 면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호흡측정기는 폐포에서 교환이 이뤄진 공기를 측정해 혈액 속의 알코올 양을 추정한다. 측정기를 입으로 불기 때문에 입안에 알코올이 남아 있으면 폐 속에서 나온 알코올과 더해진다. 음주 단속 때 물로 입을 헹구게 한 뒤 정밀 측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글링 용액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오히려 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숨을 어떻게 쉬는지는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마이클 래스탤라 석좌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음주 측정에 앞서 20초 동안 과대호흡(심호흡)을 하면 알코올 농도가 11% 줄어들고, 3번 심호흡만 해도 4% 정도 줄어들었다. 반대로 숨을 15초 동안 참았다가 내쉬면 농도가 6~12% 늘었으며, 30초로 늘리면 16%까지 증가했다.
‘주당’은 음주 측정에도 강하다?
술이 세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술이 약한 사람보다 음주 측정 농도가 낮게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에는 체질보다는 공복에 마셨는지, 음식과 함께 먹었는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등 많이 움직였는지 등이 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하면 알코올 분해가 촉진돼 계단을 한번 뛰어오른 뒤에 11~14% 감소한 사람들이 두번 뛰어오르자 22~25%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것보다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음식물과 함께 술을 먹은 사람들이 공복에 마신 사람보다 3배 정도 더 느리게 알코올이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는 오히려 알코올 흡수를 촉진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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