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앗!” 순간의 충격 정전기, 술·커피엔 더 잦은 불청객

등록 2015-12-27 20:20수정 2015-12-28 10:28

한 생활용품 전문업체가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을 맞아 새로 출시한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의 홍보 행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 생활용품 전문업체가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을 맞아 새로 출시한 정전기 방지용 스프레이의 홍보 행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2년 8월23일 오전 10시10분께 충북 청주시 엘지(LG)화학 공장에서 큰 폭발이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인화성 액체를 취급하는 공정임에도 정전기 방지 조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5월26일에도 충북 충주시 한 공장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탱크로리를 검사하는 과정에 한 작업자가 틈새를 막으라며 다른 작업자에게 이불을 던져줬고 그가 이불을 집어드는 순간 정전기 불꽃이 튀어 가스가 폭발해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 몸 옷과 마찰로
늘 수천 볼트 전하 생겨
느끼지 못할 뿐 ‘전기인간’

여름철엔 공기 중 쉽게 방전되지만
건조하면 고스란히 몸에 쌓여
습도 떨어진 겨울철엔 쉽게 발생

술고래·커피중독자 수분 뺏겨 ‘취약’
아토피·건성 피부도 ‘악순환’
손만 자주 씻어도 미리 방지 효과

전자·화학공장, 세탁소, 유조차 등
작은 불꽃에도 금방 옮겨붙어
대형 화재·폭발 사고 불러

고대 그리스·로마인이 처음 발견

한 전자장비부품 전문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팔목에 정전기 방지용 팔찌를 끼고 일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 전자장비부품 전문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팔목에 정전기 방지용 팔찌를 끼고 일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정전기로 인한 화재·폭발 건수를 집계한 보고서를 보면, 연간 16건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전기로 인한 발생 건수는 연간 4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본의 연간 94건에 비해서는 2분의 1 수준이다.

정전기는 특히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 잘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정전기 불꽃이 튀어 따끔거리거나 옷이 말려들어가는 등 많은 불편을 준다. 정전기를 알면 산업현장의 위험과 생활 속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정전기는 우리가 보통 전기로 줄여 부르는 동전기보다 훨씬 오래전에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보석으로 지니고 다니던 호박을 문지르면 실 조각이나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보고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그 영력에 호박을 의미하는 ‘일렉트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600년 영국 물리학자인 윌리엄 길버트는 호박뿐 아니라 유리, 유황 등도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힘은 오늘날 전기를 뜻하는 ‘일렉트리시티’라 불리게 됐다. 과학자들은 물체가 서로 접촉을 하면 전자를 얻거나 잃어 정전기를 띤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뒤늦게 주목, 복사기·LCD 응용

전자가 잘 이동하는, 곧 전류가 잘 흐르는 도체(금속)가 아닌 부도체(절연체)는 다른 물체와 접촉을 하면 플러스나 마이너스 전기(전하)를 띠게 된다. 어느 전하를 띠는지는 서로 접촉하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유리로 사람 피부를 문지르면 유리는 플러스, 피부는 마이너스 전하를 띤다. 하지만 피부를 플라스틱으로 문지르면 피부는 플러스, 플라스틱은 마이너스가 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순서를 대전서열이라 일컫는다. 물질들의 이런 성질은 현대에 들어와 과학기술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정전기는 잇단 발명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표적인 것이 복사기와 액정표시장치(LCD), 집진기이다. 미국의 발명가 체스터 칼슨은 1900년대 초반 아연판에 유황을 바르고 마찰로 대전시킨 뒤 그 위에 탄소가루를 뿌려 화상을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탠더드 제록스’의 탄생이다.

사람은 절연체여서 옷과의 마찰로 항상 수천 볼트(V) 이상의 전하가 생긴다. 느끼지 못할 뿐이지 전기인간이 걸어다니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에는 전하가 쌓이기 전에 피부를 통해 공기 중의 수분으로 방전되지만, 겨울철처럼 습도가 떨어지면 전하가 고스란히 몸에 쌓인다. 보통 성인 4명 가운데 1명은 정전기로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고래와 커피중독자는 정전기 피해가 심할 수 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물을 마셨을 때보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섭취량의 2.5배의 수분을 배출시킨다. 커피와 술을 자주 마시면 몸에 수분이 부족해져 정전기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아토피성 피부나 건성 피부인 사람은 체질적으로 몸이 건조해 정전기를 띠기 쉽다. 또 정전기 방전으로 자극을 받아 피부 건강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걷게 된다. 주 교수는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실내 습도를 40% 이상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손을 물에 씻는 순간 몸에 대전됐던 전하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손씻기만 자주 해줘도 정전기 방전이 방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타기 전 열쇠로 차체 툭툭

차에 타기 전 열쇠 등으로 차체를 툭툭 건드려 정전기를 흘려보내는 게 좋다. 또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차의 문짝을 잡고 발을 내딛는 게 정전기 방전을 막는 방법이다. 차 안에서 옷과 시트커버가 마찰해 생긴 정전기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화학섬유보다는 천연섬유 옷이 정전기를 덜 일으킨다. 옷을 보관할 때도 포개거나 나란히 걸어두지 말고 사이사이에 신문지나 순면 소재 옷을 끼워놓으면 정전기가 덜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 정전기가 일으키는 찌릿한 느낌은 불편하긴 하지만 인체에는 거의 해롭지 않다. 하지만 산업체에서는 작은 정전기가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발화점이 낮은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차는 간단한 스파크만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유조차 꼬리에 금속체인 등 정전기 유도체가 달려 있는 것도 정전기를 아스팔트로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전자부품 회사나 화학공장, 세탁소 등 정전기 방전에 민감한 업체들에서는 정전기가 쌓일 만한 저항이 큰 물체들을 주변에 놓지 말고, 소매와 양말에 접지선이 달린 특수한 옷을 입거나 손목에 정전기 방지용 밴드를 차고 일을 해야 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