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비행기 솔라임펄스2가 미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골든게이트 브리지)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3월부터 세계일주 비행을 하고 있는 태양광비행기 ‘솔라 임펄스2’(Solar Impulse 2)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태평양 횡단을 마쳤다. 지난 21일 오후 4시15분(한국시간 22일 02시 15분) 하와이를 떠나 사흘만인 23일 밤 11시 45분(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45분) 샌프란시스코 남쪽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 공항에 도착했다. 스위스의 유명 모험가 집안 3세인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는 연료 없이 태양광만으로 62시간 단독 비행을 했다. 의사이기도 한 그는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인 앙드레 보쉬베르그와 함께 벤처기업 ‘솔라 임펄스’를 설립했다.
피카르와 그의 동료 앙드레 보쉬베르그가 교대로 조종하고 있는 이 비행기는 2015년 3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를 출발해 오만, 미얀마, 중국, 일본을 거쳐 지난해 7월3일 하와이에 도착했다. 이후 손상된 배터리 등을 수리한 뒤 그동안 시험비행을 해왔다. 태평양에는 비상 착륙할 곳이 없기 때문에 태평양 횡단은 이번 세계 일주 비행에서 가장 위험한 코스로 꼽혀 왔다. 태평양 횡단을 마침으로써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솔라 임펄스2의 평균 속도는 시속 28마일(45킬로미터) 정도이지만, 햇빛이 강한 날에는 2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동체의 소재는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이며, 무게는 2톤이 약간 넘어 중형 트럭과 비슷하다. 양쪽으로 길쭉한 날개는 보잉 747보다 더 길다. 1만7000개의 태양전지가 여기에 장착돼 있다. 이 비행기는 앞으로 미국 대륙을 거쳐 대서양을 건넌 뒤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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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태양광 비행기가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배터리 손상과 기상 취약성 등으로 9개월이나 걸린 점은 아직 청정에너지 여객기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위스의 모험가 집안인 피카르 일가 3대. 왼쪽이 어린 시절 베르트랑 피카르다. Solar Impulse
피카르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모험을 즐겨온 내력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인 규스트 피카르는 수소기구를 설계해 고도 1만6000m의 성층권에 처음으로 도달한 인물이다. 규스트는 그 후 해양탐사에도 나섰다. 전기식 잠수정을 발명해 수심 4000m터 깊이까지 잠항하기도 했다. 아버지인 자크 피카르는 미 해군 돈 월쉬 대위와 함께 2호기인 트리에스터에 탑승해 1960년 세계 최초로 심해저인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해연(수심 1만911m)에 도달했다. 1958년생인 베르트랑 자신은 바다보다 하늘에 관심이 많았다. 무동력 비행을 즐겼던 그는 솔라 임펄스 개발 계획을 시작하기 전인 1999년에 기구를 타고 무착륙 세계일주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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