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래요?
설악산 얼음은 영상에도 언다?
기상청이 2014년 10월7일 오전 7시10분에 발표한 기상정보를 보면 “설악산에서 첫얼음이 관측됐다”고 돼 있다. 같은 정보에 설악산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온은 영상 1.8도로 실려 있다. 지난 5년 동안 기상청이 첫얼음이 관측됐다고 발표한 날 설악산 기온을 보면, 영하인 때는 2011년(영하 0.1도)과 지난해(영하 1.1도)뿐으로, 2012년(0.2도), 2013년(0.4도), 2014년(1.8도)에는 영상이었다. 물의 어는점은 0도다. 기상청은 얼음이 영상에서 언다는 ‘비과학적 사실’을 발표한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자동기상관측장비는 백엽상과 마찬가지로 1.2~1.5m 높이의 기온을 측정한다. 땅바닥은 복사냉각으로 기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최저기온은 0.2도였지만 지면온도인 초상최저기온은 영하 0.2도였다. 또 기상청은 설악산 얼음이 주로 중청봉에서 관측됐다고 발표한다.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곳(해발 1596m)은 얼음을 관측하는 중청봉 대피소(1676m)보다 100m 가까이 낮다. 기온은 고도 100m당 0.5도 정도 낮아진다. 하지만 기상장비가 정밀하다 해도 자료로만 추정해 ‘첫얼음 관측’이라고 발표할 수는 없다. 기상청은 중청봉 대피소에서 근무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직접 맨눈으로 얼음이 언 것을 관찰해 알려줬을 때 발표한다.
철새도 계절관측 하나?
기상청이 철새를 직접 관측하지 않는다. 철새는 국립생물자원관이 관찰하는데,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사용해 맨눈으로 숫자를 일일이 센다. 김화정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산새도 보호나 연구 차원에서 장기간 관측하기도 하지만 주로 호수나 강가에 사는 물새를 관찰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를 추적하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수천~수십만마리의 물새떼를 보며 수십·수백종의 철새 수를 세는 데는 오랜 경험과 요령이 필요하다. 현재 관측지 200여곳에서 관련 분야 연구가와 지역 전문가 등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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