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 건널목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8세기 후반 이래 240년 동안 서울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온 해는 1821년(조선 선조 21년)으로 연강수량이 2566.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상학회는 “10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7년 기후분과 봄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인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연구팀의 1778년부터 2016년 239년의 서울지역 연강수량 비교분석 결과를 보면 연강수량이 가장 많은 해는 1821년으로 강수량이 현 평년값(1981~2010년 30년 평균) 1450.5㎜보다 77%가 많았다”고 8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21년 6월28일부터 8월8일까지 계속 비가 내려 8월2일과 6일 기청제를 지내기까지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1778~1907년까지 강수량은 측우기로 측정해 기록한 조선왕조 역사기록과 승정원일기 등을 토대로 계산했으며, 1908년 이후는 근대 기상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근대 관측 기록에서는 1990년 연강수량 2355.5㎜가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전체 순위에서는 3위에 해당한다. 최근 연강수량이 많았던 해는 2011년(2043.5㎜)와 2012년(2039.3㎜)으로 각각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연강수량 상위 10위를 보면, 근대 관측 이후가 7건으로 이 가운데서 5건이 1990년대 이후에 몰려 있어 근래 들어 강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 강수량 50㎜ 이상인 날이 전체 기간에서 114일이고 이 가운데 9월 강수일수는 13일인데, 1990년대 이후에 10일이 몰려 있어 최근 강수기간이 길어지고 특히 가을 집중호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강수량 100㎜ 이상인 날의 경우 전체가 46일로, 9월 강수일수 5일 중 4일이 1990년대 이후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1778년부터 2016년까지 239년이라는 세계 최장 기간의 강수 시계열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국정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친 조선시대 측우기 기록을 재조명하고 근대 관측에서 강수량 특성을 일기도와 연계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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