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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숙주-기생균, 공동의 적 앞에서 ‘상리공생’ 공진화

등록 2018-05-30 16:52수정 2018-05-30 18:14

꼬마선충과 세균 관계의 진화 관찰
유해균 출현 때 ‘숙주 보호’ 공생으로
숙주는 공생균에 장내 좋은 환경 제공

세균의 숙주보호 적당할 때 공생 극대
“너무 약하면 숙주 이익 너무 적고
너무 강하면 공생 필요성 줄어들어“
‘공동의 적’에 맞서는 숙주와 기생 미생물의 상리공생. 실험에서, 예쁜꼬마선충(왼쪽)은 덜 해로운 기생 미생물인 엔테로코쿠스 페칼리스(오른쪽 위)와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훨씬 더 해로운 황색포도상구균(오른쪽 아래)의 침입을 막는 방어적 상리공생을 통해 공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공동의 적’에 맞서는 숙주와 기생 미생물의 상리공생. 실험에서, 예쁜꼬마선충(왼쪽)은 덜 해로운 기생 미생물인 엔테로코쿠스 페칼리스(오른쪽 위)와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훨씬 더 해로운 황색포도상구균(오른쪽 아래)의 침입을 막는 방어적 상리공생을 통해 공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훨씬 해로운 기생 미생물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덜 해로운 기생 미생물과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숙주. 숙주와 기생자의 이런 관계는 흔히 ‘방어적 상리공생(defensive mutualism)’이라 불리며, 자연에서 많은 사례가 보고되어 왔다. 이런 상리공생을 통한 숙주와 미생물의 공진화(coevolution)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적응하며 일어난다고 여겨지지만, 실험실 환경에서 관찰해보니 상당히 짧은 시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물학과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실험실에서 숙주인 예쁜꼬마선충과 장내 기생 박테리아(세균) 2종을 이용한 3자 관계의 진화 과정을 살피고 수학적 모형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해 과학저널 <이볼루션 레터스(Evolution Letters)>에 발표했다. 기생 미생물로는 선충에 덜 해로운 장내균 엔테로코쿠스 페칼리스(Enterococcus faecalis), 그리고 훨씬 해로운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사용됐다. 실험 이전에 선충과 두 미생물은 서로 완전히 낯선 존재였다고 한다.

만난 적 없는 기생자와 숙주 사이에서 방어적 상리공생이 맨처음에 어떻게 형성될까? 이런 물음을 풀고자 하는 연구진의 선충 실험은 두 갈래로 이뤄졌다. 한 갈래는 선충이 덜 해로운 페칼리스 균에만 감염될 때에, 다른 갈래는 선충이 페칼리스 균뿐 아니라 숙주한테 훨씬 해로운 포도상구균에도 함께 노출됐을 때에, 숙주와 기생 미생물 간의 상리공생과 공진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살폈다. 실험은 선충 14세대에 걸쳐 이루어졌다.

실험에서는 페칼리스 균의 경쟁자이자 숙주에게 훨씬 해로운 ‘공동의 적’ 포도상구균에 노출될 때에 선충과 페칼리스 균의 상리공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페칼리스 균이 경쟁 기생자인 포도상구균을 물리쳐 결과적으로 숙주 선충을 보호하는 구실을 잘 해낼수록, 선충은 페칼리스 균이 장내에 잘 정착하도록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여러 세대를 거치며 각자 유전적 배경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상리공생에 함께 적응해가며 공진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낯선 기생 미생물과 만난 선충은 어떤 조건에서 최적 또는 최대의 상리공생 공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

연구진은 실험실의 관찰 결과를 수학적 모형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했다. 옥스퍼드대학의 보도자료를 보면, 수학적 모델에는 숙주에게 덜 해로운 기생자1과 훨씬 더 해로운 기생자2가 숙주 몸에 동시에 감염해 서식하는 환경이 다루어졌다. 기생자1이 경쟁 관계인 기생자2를 물리쳐 결과적으로 숙주를 보호하는 기생자의 역할을 해낼 때에, 숙주는 기생자1이 더 좋은 장내 환경에서 정착하도록 해주며 상리공생의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리공생의 최대치에는 적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생과 공생의 관계는 연속적이어서 기생자가 공생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기생자가 적절한 수준에서 숙주 보호 기능을 해낼 때에 숙주와 기생자의 상리공생은 최대가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혔다.

즉, 미생물의 숙주 보호 기능이 너무 약하다면 숙주로서는 그 기생자가 자기 몸에 서식하도록 보장해줌으로써 얻을 ‘숙주의 이익’이 너무 적을 수 있고, 반대로 미생물의 숙주 보호 기능이 너무 강하다면 다른 미생물들은 살아남기 어려워 숙주가 보호를 요청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적당한 중간 수준에서 기생 미생물의 숙주 보호 기능이 유지될 때 숙주와 기생자 간에 이익을 주고받는 상호주의는 최대가 될 수 있다. 숙주와 기생 미생물의 공진화는 상리공생에 서로 함께 적응해가며 나아간다.

이번 연구결과는 더 해롭고도 치명적인 미생물의 공격을 막는 데에 덜 해로운 기생 미생물과 숙주가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공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과 이론적 분석을 종합하면 “공동의 적(shared enemy)이 있는 환경에서 숙주와 기생자의 공진화 상호작용은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으로 쉽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옥스퍼드대학 보도자료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팎은 미생물로 덮여 있으며 여러 미생물이 해로운 기생자의 공격을 막아 숙주를 보호함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결국에 약간의 기생적인 관계가 발전해 상호 이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이번 연구는 세균 감염을 항생제만으로 대처하려는 전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대학 보도자료는 전했다. 병원성 유해균을 제거하려는 항생제는 점점 더 강한 저항성(내성)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의 위험도 키우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숙주와 미생물 간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해 유해균의 공격을 막는 ‘방어를 위한 상리공생’은 유해균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문 요약 (우리말 번역)

많은 동식물 종의 몸에는 기생자의 공격을 막아주는 이로운 미생물이 서식한다. 방어를 위한 상리공생(defensive mutualism)의 예는 자연에 널리 존재하지만,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상호작용이 숙주와 미생물 개체군 간의 상호 선택에 의해 함께 적응되며 형성되는지 여부에 관해선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 과정에 대한 지식은 방어적 상리공생 개체들이 자연에서 기생자 감염 결과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규명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유익균 이용이나 세균요법(예를 들어 대변 미생물 이식법)을 시행하는 과정에 숙주와 미생물의 유전적 배경이 미생물의 보호 능력에 영향을 준다면, 이런 정보에서 잠재적인 응용 분야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실험실에서 선충 숙주와 세균 종을 인위적으로 공진화 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숙주와 장내 세균 간의 첫 상호작용이 어느 정도 기생적이지만 장내 세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유해한 다른 기생자가 숙주를 공격할 때 매우 유익한 보호자가 되는 쪽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상응해 숙주는 방어 기능을 하는 세균이 더 많이 자기 몸에 정착하도록 돕는 쪽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또한 진화의 시간에서 볼 때 공진화 한 숙주와 방어 세균 개체군이 결합하여 두 종에 모두 유익한 이점(숙주 보호, 세균의 숙주 내 정착)이 최대가 되면서, 상리공생에 함께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험과 더불어 수행한 수학적 이론은 방어적 상리공생이 애초 기생적인 관계에서 생겨나고 공진화 할 수 있는 조건들과 관련해 더욱 넓은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 우리는 방어적 상리공생의 형성 과정에서 숙주의 진화와 미생물의 진화가 둘 다 중요함을 조명한다.

[Evolution Letters(2018),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evl3.58]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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