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5 11:23
수정 : 2019.07.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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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시기의 온도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결정되는 붉은바다거북이 온난화로 수컷 부화가 사라져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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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포란시기 기온 높으면 갓난 거북 암컷 많아져
현상황 유지돼도 세기말 수컷 부화 1% 안돼
온도 더 상승하면 암컷만 태어나 번식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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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시기의 온도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결정되는 붉은바다거북이 온난화로 수컷 부화가 사라져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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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이번 세기 말께면 붉은바다거북의 주요 번식지에서 수컷 부화가 끊겨 멸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2100년까지 아프리카 서안에서 500㎞ 떨어진 북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에 있는 붉은바다거북 둥지의 90% 이상이 ‘살인적인 고온’ 속에서 알을 품어 부화하기도 전에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 논문은 <해양생태학저널>(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7월호에 게재됐다.
붉은바다거북 갓난쟁이의 성별은 포란 시기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팀은 현재 온도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예측 시나리오를 연계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실행돼 배출 농도가 낮고 온난화가 덜 진행된 상태에서도 2100년이면 갓난 거북의 단 0.14%만이 수컷으로 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농도 시나리오에서는 붉은바다거북이 수컷으로 부화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엑서터대의 루시 호크스 교수는 “카페베르데는 붉은바다거북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전세계 붉은바다거북의 15% 이상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현재도 갓난 거북의 84%가 암컷으로 추정되며 기온이 상승하면 비율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근거하면 2100년까지 갓난 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부화할 것이다. 특히 저농도 시나리오를 제외한 두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한 마리도 수컷으로 부화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엑시터대 대학원생인 논문 제1저자 클레어 태너는 “가장 낮은 농도의 시나리오에서조차 붉은바다거북의 개체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돼 놀랐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당장 나서지 않으면 논문에서 제시된 불행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전망은 붉은바다거북의 현 서식 활동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연구팀은 붉은바다거북이 다소 기온이 낮은 연초로 부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호크스 교수는 “자연은 이런 방식에 적응한 붉은바다거북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붉은바다거북의 긴 수명과 기후변화의 빠른 속도를 고려하면 붉은바다거북이 이를 극복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르데의 붉은바다거북 둥지의 85%는 보아비스타 섬에 있는데, 이곳의 부화 온도는 주변에서 가장 낮아 붉은바다거북이 기온이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연구팀은 나무 그늘 등 지형적 가림막으로 좀더 온도가 낮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레퓨지아’(refugia)를 제공하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퓨지아는 빙하기와 같은 대륙 전체의 기후 변화기에 비교적 기후 변화가 적어 다른 곳에서는 멸종된 것이 살아 있는 지역을 말한다.
물론 갓난 수컷 부화가 끊기더라도 늙은 수컷이 한동안 후손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붉은바다거북 수컷의 재생산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아 현재로서 갓난 수컷 부화가 사라질 경우 멸종이 얼마나 걸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스페인의 국립과학연구특별위원회(CSIC)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IPCC 세 가지 시나리오는 이번 세기말 전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8도 상승, 2.8도 상승, 3.4도 상승 등을 전제로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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