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1 08:39
수정 : 2019.10.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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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어획량이 줄어들면 세계 인구의 96% 인간의 뇌에 필수영양소인 디에이치에이(DHA) 공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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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인간 두뇌 형성 필수영양소 DHA
조류에서 형성돼 어류 통해 섭취
지구 온난화로 어획량 줄어들면
21세기말 인구 96%가 결핍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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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어획량이 줄어들면 세계 인구의 96% 인간의 뇌에 필수영양소인 디에이치에이(DHA) 공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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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세기말 인류의 96%가 두뇌 필수영양소인 ‘디에이치에이’(DHA)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댈하우지대와 토론토대 공동연구팀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수산연구소 ‘시 어라운드 어스’(Sea around Us)의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어획량 추이를 추산한 결과 수산물 유래의 디에이치에이 공급이 10~58% 줄어들어 세계 인구 대다수가 두뇌 영양소 섭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 논문은 인문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앰바이오>(AMBIO)에 실렸다.
디에이치에이 곧 도코사헥사에노산은 주로 등푸른생선에 많이 함유된 탄소 수 22개, 이중결합 6개의 오메가-3계열의 고도불포화지방산이다. 척추동물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으로 뇌 기능 활성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디에이치에이는 신경세포 발달과 뇌 건강에 중요함에도 포유동물 몸속에서는 직접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매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사람은 디에이치에이를 음식을 통해 얻는데, 야채류나 육류에는 그리 많이 들어 있지 않아 대부분 어류나 어류로 만든 식품보조제로 공급받는다.
어류는 조류를 섭취함으로써 디에이치에이를 얻는다. 연구팀은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조류의 디에이치에이 신생 합성을 저해하고 그 결과 지역에 따라 디에이치에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인구가 10~58%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1인당 디에이치에이 감소를 추정한 결과 특히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디에이치에이 결핍을 심각하게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아프리카국가 특히 내륙국가들도 디에이치에이 권장량을 섭취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반면 노르웨이, 칠레, 뉴질랜드 등 인구가 적고 수산업이 활발한 국가들은 적절한 오메가-3 지방산 공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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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위 그림)와 ‘저감 정책을 쓰지 않고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대표농도경로 RCP 8.5) 2100년의 1인당 하루 디에이치에이 섭취량(단위 ㎎)의 세계 분포. ‘엠바이오’(MBI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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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 제1저자인 스페파니 콜롬보 댈하우지대 수산영양학 교수는 “선행 연구 데이터들를 통해 디에이치에이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인당 디에이치에이의 감소를 추산해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 놀랍고 우려스럽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디에이치에이가 성인한테도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중이다. 하지만 태아와 유아기 뇌 발달 기간에 매우 중요한 핵심 영양소이고 이는 청소년기까지 이어진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오메가-3 지방산은 견과류나 씨앗, 육류에서도 추출되지만 어류에서 발견되는 ‘이미 합성된’ 디에이치에이는 뇌 발달 과정에 식물류 유래의 디에이치에이에 비해 10배 이상의 효율성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1970년대에 밝혀졌다. 디에이치에이 연구의 선구자인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의 마이클 크로포드 교수는 디에이치에이 공급 없이는 영장류처럼 크고 복잡한 뇌의 진화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가공식품의 증가로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가 줄어든 것이 정신 질환의 증가와 지능지수의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로포드는 “정신 질환이 현재처럼 증가하면 인류를 멸종할 것이다. 지구 표면의 71%가 물이고 양식 등 해양 경작은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해양 경작을 하지 않으면 식량 안보는 물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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