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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5 07:21 수정 : 2019.11.15 10:11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노후 건물들이 크게 부서졌다. 이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큰 홍역을 앓았다. <경상일보> 제공

2주년 국제심포지엄 ‘무시된 경고음과 교훈’
부지선정부터 굴착까지 경고 10차례 무시
“우수한 신호등 마련해놓고 지키지 않아”
대도시·대규모 단층대 직접 물 주입 위험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노후 건물들이 크게 부서졌다. 이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큰 홍역을 앓았다. <경상일보> 제공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지열발전 실증연구를 위한 물 주입을 안 했다면 발생할 확률을 1~3%로 낮출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연구단)이 15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대연회장에서 개최하는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무시된 경고음과 교훈’에서 세르게 사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확률론적인 분석 결과 포항지진 발생 1년 전인 2016년 12월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열발전 실증연구용 유체주입을 멈췄다면 포항지진 발생확률을 1%로, 2017년 4월15일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주입을 중단했다면 발생활률을 3%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연구단이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사피로 교수는 “포항지열발전 실증연구 과정에서 실시간의 지진모니터링과 3차원 지진분석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큰 지진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의 부지선정, 지열정굴착, 지열저류층 형성 등의 모든 단계에서 10차례 이상의 경고음이 있었으나 모두 무시됐다”며 “안전관리체계의 미숙한 운영, 경험부족, 그리고 관련자들의 소통부재 등도 포항지진을 촉발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데라카와 도시코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을 이용해 3차원 응력변화와 유체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 주입정과 본진 위치를 중심으로 수 ㎞까지 유체압이 정수압을 초과해 증가했다”며 “특히 단층의 아래쪽에서 유체압이 집중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시마모토 도시히코 일본 교토대 교수는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거의 직접적으로 물을 주입한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심부지열발전 개발에는 지진자료분석과 지질자료분석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는 지진학자와 지질학자의 기여가 거의 없이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는 우수한 신호등 체계를 수립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포항지열발전소 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2018년도 논문은 사실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 연구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강태성 부경대 교수와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 인근에 23대의 지진계를 설치해 여진을 모니터링한 결과 여진 발생횟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있어 향후 지진발생 위험성도 낮아지고 있다”며 “지반 안정화를 위해 향후 중장기적인 지진과 지하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의 3차원 시공간적 분석 결과 포항지진의 단층은 1개의 주 분절과 4개의 부수 분절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구조”라며 “이 분절들은 본진 발생 이후 1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파(성장)돼 유체가 단층대에 직접 주입될 경우 적은 주입양으로도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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