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4 16:34
수정 : 2020.01.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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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호주 동남부 머치슨에 떨어진 운석에서 추출한 8미크론 크기의 규소탄화물 알갱이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태양계 형성 이전인 50억~70억년 전에 생성된 우주 타임캡슐이다. ♣H6시카고/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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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주도 연구팀
1969년 호주에 떨어진 운석에서 추출
성간여행 중 묻혀온 에너지입자 분석
70억년 전 ‘별들의 베이비 붐’ 뒷받침
“돌 하나로 은하 역사 연구는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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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호주 동남부 머치슨에 떨어진 운석에서 추출한 8미크론 크기의 규소탄화물 알갱이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태양계 형성 이전인 50억~70억년 전에 생성된 우주 타임캡슐이다. ♣H6시카고/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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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 전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든 운석에서 태양계보다 오래된 우주 물질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모든 물질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우주의 시원을 품은 비밀에 인류가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한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인 필립 헥 시카고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3일,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에 떨어진 무게 100㎏가량의 운석에서 50억~70억년 전에 만들어진 우주 먼지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약 45억년 전에 생성된 태양계보다 최고 25억년 전이나 앞선다. 이번 연구 결과는 13일 미국 과학저널 <국립과학원 회보(PNAS)>의 온라인판에 실렸다.
우주의 ‘타임캡슐’인 이 운석은 성분 60%가 태양계 형성 직전인 46억~49억년 전의 알갱이들이며, 약 10%는 생성 시점이 55억년 전보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헥 박사는 “이번 발견에 극도로 흥분된다“며 “20년 가까이 머치슨 운석과 태양계 이전 물질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돌덩이 하나로 우리 은하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우주 먼지들은 크기가 기껏해야 1미크론(약 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운석에서 발견된 우주 알갱이들의 크기는 2~30미크론으로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헥 박사는 “우린 그걸 표석으로 부른다”며 “광학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질학에서 ‘표석’은 빙하의 작용으로 운반되었다가 빙하가 녹은 뒤에 그대로 남게 된 암석 조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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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9월 호주 동남부 시골 마을 머치슨 인근에 떨어진 운석의 일부.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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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운석 파편들을 잘게 부수고 산(酸)으로 불순물들을 걸러낸 뒤 40개의 내산성 ‘표석’들을 추출해 집중 분석했다. 헥 박사는 이 과정을 “건초더미를 불태워 바늘을 찾아내는 것”에 비유했다고 미국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이 전했다. 우주 알갱이들은 수십억년에 걸친 ‘인터스텔라(성간) 여행’ 끝에 지구에 떨어지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높은 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에 노출되는데, 연구팀은 알갱이들에 포함된 우주선들의 종류와 함량 차이를 비교분석해 그 형성 시기를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운석에서 태양계 이전 물질들이 다량 발견된 이유를 약 70억년 전에 우리 은하에서 벌어진 “별들의 베이비 붐”으로 설명했다. 헥 박사는 “별(항성)들이 탄생하면 마지막 수명을 다한 뒤에야 (폭발하면서)우주먼지를 발생시킨다”며 “이 별들이 우주먼지를 쏟아내기까지 20억~25억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 70억년 전 별들의 탄생이 급증했음을 시사하는 천문학계의 선행 연구들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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