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 박창범교수팀 세계수준 슈퍼컴 모의실험 성공
260억 광년에 이르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슈퍼컴퓨터에서 80일 만에 구현하는 세계 수준의 우주론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박창범 고등과학원(KIAS) 교수(물리학부) 연구팀은 5일 “우주 물질이 어떻게 지금처럼 분포하게 됐는지를 보기 위해 슈퍼컴퓨터에 질량과 중력을 지닌 86억개의 입자를 사용해 상호작용의 진화를 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에 47억 광년과 260억 광년의 두 가지 정육면체 공간을 설정한 다음, 80일 동안 입자 86억개의 상호작용과 분포를 초고속으로 연산했다. 이 연산을 통해 은하·은하단·초은하단 등 천체들이 어우러진 지금의 우주 물질 분포는 초기 우주에서 애초 물질 분포가 고르지 않아 요동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입증했다. 물질이 거의 없는 우주의 고유한 ‘빈 공간’ 구조도 재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독일에서 이뤄진 100억개 질량 입자의 우주론 모의실험(23억 광년 규모)보다는 입자 수가 적지만, 최대 260억 광년의 공간을 구현했다는 점에선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실험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3호기 ‘노벨’이 쓰였는데 900기가바이트의 주메모리와 128개 중앙처리장치(CPU)가 두 달 반 동안 동원됐다. 이 실험은 일반 컴퓨터에서는 무려 6만년의 시간이 걸린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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