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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과학자 사회적 책임 고민한 아인슈타인 모습 조명되길

등록 2005-03-01 17:34수정 2005-03-01 17:34

올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처음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잇달아 발표한 물리학 논문들은 20세기 과학의 진로를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국제연합(유엔)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 발표 100돌을 기념해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부가 올해를 ‘물리의 해’로 지정하였고, 한국물리학회 등 과학자단체들도 올해에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을 기념하는 대규모 과학전시회와 강연회 등 행사들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여러 언론매체들도 아인슈타인의 난해한 물리학 이론들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 소개하는 데 열심이다.

아인슈타인을 통해 물리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일반 대중에게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물리학에 대중이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물리의 해’를 맞아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소개나 묘사가 순수 과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의 위대함만을 부각하는 데 그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과학자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사회 속에서 과학의 역할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 행동도 불사한 사회운동적 과학자의 모습도 지니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파시즘에 적극적으로 항거하였고, 인류를 절멸에 빠뜨릴 수도 있는 핵무기에 반대하였으며, 매카시즘과 같은 반지성적 국가폭력에 맞서 싸웠다. 또한 그는 자본주의의 비윤리성을 통렬하게 고발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에게 이러한 사회적 활동들은 과학활동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 속에서 나왔던 것이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핵통제 평화주의 운동에 대한 그의 헌신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과학자는 연구만 하면 되고, 그 결과물에 대한 이용은 정치가의 몫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에 반대하고 과학자도 자신의 연구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1955년에 핵무기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기 상황에서 세계의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른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 그가 앞장서서 서명하였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이런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2년 뒤에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평화주의 과학자단체인 ‘퍼그워시’(Pugwash)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였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물리의 해’를 맞아 올해 전개될 다양한 아인슈타인 관련 행사들에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했던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또 다른 모습이 충분히 조명되기를 기대한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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