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오카 강진 뒤 지진구조 다시보기
‘한반도 지진 영향권을 더 넓게 보자.’
한반도의 일요일을 놀라게 한 지난 20일 일본 후쿠오카 앞바다 강진(규모 7.0)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의 지진 구조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 지진을 내부 단층(끊어진 지층)만의 활성운동이 아니라 주변 지각운동의 영향으로도 해석하거나 한반도 주변에 불안정한 지각판 구조가 따로 존재한다는 학설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의 지진을 한반도와 주변의 복합작용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과학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에 가까운 서남 일본이 최근 지진의 활성주기에 접어들었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서쪽판 밀고 동쪽판 버티기 양상
양쪽 압축응력 균형 깨지면 재앙 역단층과 겹친 지각판 존재 가설
강진나면 동해안 지진해일 우려 서남일본 지진 활성기 진입설도 ● 한반도의 ‘동서 압축과 남북 신장’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지진기반정보연구부)는 “한반도 지진의 주변정세는 한마디로 ‘동서 압축과 남북 신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학설에 따르면, 서쪽으로는 5천만년 전부터 유라시아대륙와 충돌하며 북진 중인 인도대륙(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의 힘(응력)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도대륙은 이미 3천만~1700만년 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듯이’ 인도차이나 땅덩어리를 동남쪽으로 밀어내고 지금도 중국을 압박하며 강한 에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피에스(GPS·지구위치확인시스템) 등을 통해 실측되고 있다. 이 박사는 “한반도는 서쪽에서 가장 큰 힘을 받지만 그렇다고 동쪽으로 순순히 밀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동쪽에는 태평양판의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태평양판은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 일본 땅덩어리 밑을 지나 두만강 부근에 걸쳐 깊이 700㎞까지 파고들어 ‘쐐기’ 구실을 한다”며 “이 때문에 한반도에 작용하는 응력은 동서방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동서압축 응력의 균형이 깨지면 남북으로 퍼지면서 연약한 지층인 양산단층·추가령단층계 등을 통해 에너지가 발산해 지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지난해 5월 울진 앞바다에서 일어난 규모 5.3의 큰 지진도 진원을 추적해보니 동서압축 응력이 대한해협단층 쪽에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 “불안정한 아무르판 존재” 가설 최근 몇 년 새 유라시아판 동쪽 가장자리에 ‘아무르판’(아무리안판)이라는 새로운 지각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권성택 연세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과학)는 “여러 연구자료와 최근 지피에스 실측결과들을 볼 때 아무리안판은 유라시아판과는 다른 새로운 판으로 정의되고 있다”며 “아무리안판이 존재하면 한반도는 지진이 잦은 판 경계부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르판의 경계는 그동안 강진이 자주 일어났던 북동 일본의 오쿠시리단층과 겹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곳의 강진이 아무르판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쿠시리단층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역단층이어서 강진이 일어나면 한반도 동해안에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우려 지역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무리안판 학설은 남쪽 경계지역이 뚜렷이 확인되지 않아 아직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윤수 박사는 “아무르판은 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이곳에 지진이 잦다고 해서 독립된 판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 “한반도에 가까운 서남 일본은 지진 활성” 한반도에서 가까운 서남 일본의 지진이 100년 주기로 활성을 거듭하며 현재 활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학설도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쿄토대학 카즈오 오이케 박사는 최근 역사·관측자료를 분석해 이 지역의 지진 활성이 대략 100년 주기를 나타내며, 그 원인은 필리핀판이 일본 남쪽 유라시아판 경계부 아래로 들어가면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70년의 활성기와 30년의 휴진기로 100년 주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기설을 따르면 서남 일본에선 1890~1960년 지진이 잦았으며 그뒤 30년 동안 드물다가 1990년 이후 다시 활발해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러나 서남 일본의 지진이 모두 후쿠오카 지진처럼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이기화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한반도에 매우 가까운 해저에서 일어난 큰 지진은 한반도 안 단층에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서남 일본이 활성기에 들더라도 일본 육지의 지진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양쪽 압축응력 균형 깨지면 재앙 역단층과 겹친 지각판 존재 가설
강진나면 동해안 지진해일 우려 서남일본 지진 활성기 진입설도 ● 한반도의 ‘동서 압축과 남북 신장’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지진기반정보연구부)는 “한반도 지진의 주변정세는 한마디로 ‘동서 압축과 남북 신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학설에 따르면, 서쪽으로는 5천만년 전부터 유라시아대륙와 충돌하며 북진 중인 인도대륙(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의 힘(응력)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도대륙은 이미 3천만~1700만년 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듯이’ 인도차이나 땅덩어리를 동남쪽으로 밀어내고 지금도 중국을 압박하며 강한 에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피에스(GPS·지구위치확인시스템) 등을 통해 실측되고 있다. 이 박사는 “한반도는 서쪽에서 가장 큰 힘을 받지만 그렇다고 동쪽으로 순순히 밀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동쪽에는 태평양판의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태평양판은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 일본 땅덩어리 밑을 지나 두만강 부근에 걸쳐 깊이 700㎞까지 파고들어 ‘쐐기’ 구실을 한다”며 “이 때문에 한반도에 작용하는 응력은 동서방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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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동서압축 응력의 균형이 깨지면 남북으로 퍼지면서 연약한 지층인 양산단층·추가령단층계 등을 통해 에너지가 발산해 지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지난해 5월 울진 앞바다에서 일어난 규모 5.3의 큰 지진도 진원을 추적해보니 동서압축 응력이 대한해협단층 쪽에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 “불안정한 아무르판 존재” 가설 최근 몇 년 새 유라시아판 동쪽 가장자리에 ‘아무르판’(아무리안판)이라는 새로운 지각이 따로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권성택 연세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과학)는 “여러 연구자료와 최근 지피에스 실측결과들을 볼 때 아무리안판은 유라시아판과는 다른 새로운 판으로 정의되고 있다”며 “아무리안판이 존재하면 한반도는 지진이 잦은 판 경계부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르판의 경계는 그동안 강진이 자주 일어났던 북동 일본의 오쿠시리단층과 겹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곳의 강진이 아무르판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쿠시리단층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역단층이어서 강진이 일어나면 한반도 동해안에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우려 지역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무리안판 학설은 남쪽 경계지역이 뚜렷이 확인되지 않아 아직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윤수 박사는 “아무르판은 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이곳에 지진이 잦다고 해서 독립된 판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 “한반도에 가까운 서남 일본은 지진 활성” 한반도에서 가까운 서남 일본의 지진이 100년 주기로 활성을 거듭하며 현재 활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학설도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쿄토대학 카즈오 오이케 박사는 최근 역사·관측자료를 분석해 이 지역의 지진 활성이 대략 100년 주기를 나타내며, 그 원인은 필리핀판이 일본 남쪽 유라시아판 경계부 아래로 들어가면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70년의 활성기와 30년의 휴진기로 100년 주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기설을 따르면 서남 일본에선 1890~1960년 지진이 잦았으며 그뒤 30년 동안 드물다가 1990년 이후 다시 활발해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러나 서남 일본의 지진이 모두 후쿠오카 지진처럼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이기화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한반도에 매우 가까운 해저에서 일어난 큰 지진은 한반도 안 단층에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서남 일본이 활성기에 들더라도 일본 육지의 지진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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