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공공연구소, 산업체 등 연구자들에게 슈퍼컴퓨터와 초고속연구망으로 구성된 첨단 과학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키스티)의 슈퍼컴퓨터실. 연구원은 내년까지 250테라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뇌 분석·신약 개발 좌우…미국 1ℓ 34㎞ 주행 차 연구
한국수준은 6위서 13위로↓ “연구개발·인력양성 입법을”
한국수준은 6위서 13위로↓ “연구개발·인력양성 입법을”
지난 5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이지스 기반의 구축함 ‘세종대왕함’을 진수했다. 여기에는 1000㎞ 밖의 목표물 9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 들어 있다.
세종대왕함에는 대규모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한 슈퍼컴퓨터가 장착돼 있다. 근래 슈퍼컴퓨터로 제작되지 않는 자동차가 없고, 신약의 탄생도 대부분 슈퍼컴에 의존하고 있는 등 첨단 연구개발에 슈퍼컴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11일 세계 500위권의 슈퍼컴퓨터 통계를 발표하는 top500.org 자료를 보면, 2005년 6위까지 상승했던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수준은 올해 6월 말 현재 1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세계 29위로 기록됐던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올해 53위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첨단 연구개발에 필수품이 된 슈퍼컴퓨팅 역량이 최근 중국·대만 등에도 뒤져 국가 차원의 육성 방안과 법적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권장혁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한국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 의장)는 지난 6일 고려대에서 열린 ‘국가 슈퍼컴퓨팅 육성 전략’ 토론회에서 “2001년 슈퍼컴퓨터가 한 대도 없던 중국이 최근 우리나라 총 슈퍼컴퓨팅 자원보다 2.7배 많은 용량을 확보하는 등 우리를 앞서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며 “최근 첨단 연구에서 슈퍼컴퓨팅 활용은 필수 사항이 된 만큼 국가적 차원의 법적 체계화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는 16개 기관이 가입해 슈퍼컴퓨터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의체로 출범했지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키스티),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서울대, 부산대, 동명대 등 5곳만이 기관별로 구축한 슈퍼컴퓨터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권 교수는 “자기공명영상 스캐너를 슈퍼컴퓨터에 연결해 뇌 기능 분석에 하루 걸리던 작업이 1초에 가능해지고,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와 연구기관들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1리터당 주행거리 34㎞의 슈퍼카 제작을 연구하는 등 첨단 연구개발에서 국가 슈퍼컴퓨팅은 기반 시설로 간주되고 있다”며 “우리는 초고속연구망 등 인프라 구축은 우수하면서도 주관부처가 정해지지 않는 등 국가 차원의 슈퍼컴퓨터 공동활용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팅 제작 기반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부족하고,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미비하다.
박성진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1991년 고성능컴퓨팅법을 만든 뒤 관련 법안을 잇따라 추가 제정하고 미국과학재단에 전담부서를 두는 등 국가 차원의 슈퍼컴퓨팅 육성과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국가 슈퍼컴퓨팅 자원 확보 및 활용촉진 강화, 연구개발 육성 및 인력 양성 등을 규정하는 법률을 정부 입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고대 정부학연구소는 22개 조로 구성된 가칭 ‘국가 슈퍼컴퓨팅 법안’ 초안을 제시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500위 이내 슈퍼컴퓨팅 자원 보유 현황 / 우리나라의 상위 500위 이내 슈퍼컴퓨터 현황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