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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중력과 양자론 하나로 결합 ‘통일장 이론’ 언제나 나올까

등록 2005-04-05 18:25수정 2005-04-05 18:25

‘우리의 소원은 통일!’

서로 갈라진 우리 민족의 염원이며 남북 모임이 끝날 때마다 부르는 지정곡이다. 이 구호를 간절히 외치는 또 하나의 집단이 있는데, 바로 이론 물리학자들이다. 이런저런 이론들을 단 하나의 원리로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면! 이들은 물리학의 통일 이론인 ‘통일장 이론’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말년을 통일장 이론을 성공시키려는 일에 보냈다. 1928년부터 본격 연구에 나선 그는 모든 물리학의 상황을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이론 하나로 설명하고 싶어 했다. 이 이론에는 완전히 다른 개념들이 포함되며, 시공간 연속체도 모두 같은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통일장 이론’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내어 전자기력과 중력을 어떤 기본적 장의 다른 표현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통일적 해석은 이미 뉴턴의 시기부터 있었다. 뉴턴은 땅바닥에 떨어지는 사과에 작용하는 힘의 법칙이 태양계를 비롯한 천체에 작용하는 힘의 법칙과 같음을 이해했기에 이 중력의 법칙을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것이다. 또한 전혀 다른 현상인 줄로 알았던 전기와 자기의 법칙이 서로 상관이 있음이 밝혀져 맥스웰은 이를 통일된 ‘전자기력’에 관한 식으로 표현했다.

이런 시도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네 가지 힘(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발전했다. 강력과 약력은 핵에서만 작용하는 힘으로서 그 작용 범위가 아주 짧다. 이 통일에 대한 시도는 1969년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합을 성공시킴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1980년대 많은 물리학자들은 전기약력에 강력까지 합치려는 소위 ‘대통일 이론(GUT)’을 성사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는 적어도 전자기력·강력·약력은 양자론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통일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 통일장 이론은 중력을 설명하는 일반 상대론과 다른 세 힘을 설명하는 양자론의 결합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즉 중력을 양자화하는 일(‘양자중력’ 이론)에 성공하면 통일장 이론은 거의 다 이룬 셈이다. 그러나 중력은 은하, 우주 같은 거대 규모의 물리학에서나 그 특징이 나타나는 물리학이고 양자론은 소립자나 핵과 같은 미시세계에서 잘 들어맞는 이론이다. 둘을 같은 규모에서 합친다는 일이 쉽지 않음은 당연하다.

최근에 이뤄지는 시도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이론이 ‘끈’ 이론과 ‘막’ 이론이다. 소립자들을 끈의 진동이나 막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고차원에서 중력과 양자론의 결합하려는 시도로서 ‘만물의 이론’(TOE)이라고도 불린다.

모든 것을 조화롭게 단순화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시기는 20~30년, 아니 50년까지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의 꿈과 이론물리학자들의 소원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이뤄질 것인가?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sungwo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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