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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생명복제 허용범위 결정때 ‘경쟁력주의’ 빠지지 않길

등록 2005-01-11 17:48

2003년 말에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지난 1월1일로 발효되었다. 1997년 초 복제 양 돌리의 탄생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생명복제 기술의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지속되었던 찬반논쟁이 이 법의 제정과 발효로 일단락된 셈이다. 이 법은 생명복제만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와 유전정보 처리 등 현대 생명과학 연구가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법률 제정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인간의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과연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불임 치료를 위해 생성한 배아나, 체세포 핵 치환을 통해 만든 복제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런 연구가 인류를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규제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배아도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질병 치료를 명분으로 배아를 의도적으로 생성하고 조작하는 행위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찬성하는 쪽이 질병치료 담론을 앞세웠다면, 반대하는 쪽은 생명윤리 담론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생명복제 기술에 대한 이런 찬반논쟁은 전세계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전개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규제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좀더 허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도 일부 존재한다. 예컨대 독일은 생명과학 연구 전반에 대해 매우 엄격한 규제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영국은 일찌감치 체세포 복제를 허용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법률도 영국과 유사하게 희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이라면 체세포 복제를 허용하되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신설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우리나라는 모두 생명과학 연구, 특히 생명복제 기술 분야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체세포 핵 치환을 통해 양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 바 있고,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로 인간을 대상으로 체세포 핵 치환을 통해 복제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과 우리나라에서 생명복제에 대해 좀더 허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가 기술 선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 도처에 퍼져 있는 ‘경쟁력주의’ 담론이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배아 연구와 생명복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허용 범위를 결정하게 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생명과학 연구가 경쟁력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생명윤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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