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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일반시민 자발적 참여·성찰 바림직한 과학문화의 ‘씨앗’

등록 2005-04-12 17:11수정 2005-04-12 17:11

내가 안식년을 맞아 미국의 한 대학에 와 있으면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학교 곳곳에서 ‘과학과 사회’를 주제로 한 강연회와 토론회가 매우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강연회나 토론회들은 과학과 정치,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다소 원론적인 주제에서부터 현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논쟁, 지구온난화문제의 정치경제학, 줄기세포 논쟁 등과 같은 좀더 현실적인 주제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일반시민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최근 이 대학의 도서관에서는 영국의 작가 메리 셸리가 200여년 전에 썼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전시회와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의학도서관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조직한 이 전시회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고 있는 중인데, 저명한 과학사 교수가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전시회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이 탄생되는 과정, 19세기 초 유럽에서의 물리학과 해부학 등의 과학의 발전 양상과 삶/죽음의 경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원작 소설이 바로 런던의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할리우드 ‘공포영화’로 대중화되는 과정, 그리고 최근에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인간게놈연구나 유전공학, 줄기세포, 생명복제 등의 첨단과학연구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던져주는 함의 등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문학·예술·과학 그리고 사회가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 전시회는 프랑켄슈타인을 주제로 한 일련의 대중강연회와 한 세트로 운영되고 있다. 강연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문학적 의미, 소설에 담긴 내용의 역사적 과학적 배경, 그리고 과학연구의 윤리와 위험, 책임성 등을 주제로 하여, 문학자·역사학자·의학자·윤리학자가 강사로 나섰다.

이 전시회와 강연회가 대학에서 개최된다고 하여 관람객이나 청중이 대학구성원들로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구성원들만이 아니라 많은 수의 일반시민들이 전시회와 강연회에 참여해 질문을 던지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학교 밖에 있는 시립도서관과 과학박물관은 프랑켄슈타인 영화축제를 열어 프랑켄슈타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상영했다. 이 역시 시민들한테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작은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과학문화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과학의 달’을 지정하고, 과학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과학문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다. 한 사회의 바람직한 과학문화란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계몽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찰에 의해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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