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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DNA는 나노물질 조립 프로그래머”

등록 2008-02-13 19:29수정 2008-02-13 19:42

서로 다른 염기 배열을 지닌 디엔에이 가닥들을 나노입자들에 붙인 뒤 섞어두면, 짝을 이루는 디엔에이 가닥들이 달라붙으면서 3차원의 나노입자 결정 구조가 ‘자기조립’으로 만들어진다. 한 종류의 디엔에이 가닥 A만을 붙인 나노입자를 섞었더니 가장 꽉 찬 육면체 구조(위)가 만들어졌으며, 다른 종류의 디엔에이 가닥 B, C를 붙인 나노입자들을 섞었더니 다른 육면체 구조(아래)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 제공
서로 다른 염기 배열을 지닌 디엔에이 가닥들을 나노입자들에 붙인 뒤 섞어두면, 짝을 이루는 디엔에이 가닥들이 달라붙으면서 3차원의 나노입자 결정 구조가 ‘자기조립’으로 만들어진다. 한 종류의 디엔에이 가닥 A만을 붙인 나노입자를 섞었더니 가장 꽉 찬 육면체 구조(위)가 만들어졌으며, 다른 종류의 디엔에이 가닥 B, C를 붙인 나노입자들을 섞었더니 다른 육면체 구조(아래)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 제공
‘DNA 나노기술’ 논문 참여 박성용 연구원 인터뷰
‘생명체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디엔에이(DNA)의 쓰임새가 ‘나노물질의 조립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 있다.

박성용 연구원
박성용 연구원
디엔에이는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과 시토신(C)이라는 네 염기의 배열에 모든 생명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다. 모든 생명체의 이 청사진은 늘 A-T, G-C가 짝을 이뤄 결합하는 두 가닥의 이중나선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바로 이런 염기쌍 결합의 성질을, 나노입자 하나하나를 원하는 배열로 달라붙게 해 새로운 물질 구조를 만드는 데 이용하려는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두 연구팀이 디엔에이를 이용해 3차원 나노입자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동시에 발표했다.

나노입자에 염기서열 조작 DNA가닥 붙이면 ‘자기조립’
3차원 결정 제조 의미…유전정보 없어 ‘윤리 논쟁’ 빗겨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폴 로더먼드 박사가 실처럼 긴 디엔에이 가닥을 원하는 자리마다 접어 만든 이른바 ‘디엔에이 종이접기(오리가미)’의 사례들. 오른쪽은 보기 좋게 색을 입힌 모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폴 로더먼드 박사가 실처럼 긴 디엔에이 가닥을 원하는 자리마다 접어 만든 이른바 ‘디엔에이 종이접기(오리가미)’의 사례들. 오른쪽은 보기 좋게 색을 입힌 모습이다.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과 브루크헤이븐연구소 연구팀이 각각 ‘동시발견’한 디엔에이 나노기술은 비슷한 방식이다. 먼저 미리 염기 순서를 짠 디엔에이 외가닥들을 금 나노입자 겉에 붙도록 한 뒤 적절한 환경조건을 맞춰 이 입자들을 섞어두면, 제 짝을 찾아가듯이 서로 끌어당기는 디엔에이 짝들 때문에 입자들도 덩달아 정해진 모양으로 스스로 결정구조를 만들었다. 두 연구팀은 세계 처음으로 ‘육면체’ 같은 3차원 나노입자 결정들을 선보였다.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박성용 로체스터대학 연구원한테 세 차례의 전자우편을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물었다.

-나노물질을 만드는 데 왜 디엔에이를 이용하는가?

=염기쌍이 짝을 맞춰 스스로 결합하는 ‘자기조립’의 특성 때문이다. 나노입자를 ‘벽돌’로 비유하면, 나노벽돌에다 미리 염기 서열을 잘 조작해둔 디엔에이 가닥이 붙도록 하고서 벽돌을 마구 섞기만 해도 벽돌이 스스로 쌓여 원하는 모양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인간의 직접 개입 없이 물질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자기조립 성질은 나노기술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이다. 현대과학이 알고 있는 분자 중에서 디엔에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인 자기조립의 성질과 구조를 갖추고 있다.


-디엔에이의 염기 순서는 어떻게 설계하나?

=원하는 대로 염기서열을 합성하는 기술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수십 개 염기로 이뤄진 디엔에이 가닥을 만들어 썼다.

-프로그래머가 소프트웨어를 짜듯이 디엔에이 염기배열을 잘 짜면 갖가지 3차원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디엔에이를 ‘물질 조립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이 디엔에이 염기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여러 모양을 띤 2차원의 디엔에이 구조를 만들 수 있음을 이미 입증한 바 있으며, 이번엔 입자에 디엔에이를 붙여 3차원 구조를 만들었다. 앞으로 금, 은 같은 여러 입자의 결정구조를 비롯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3차원 나노구조체를 만드는 게 이 기술의 궁극적 목표다.

디엔에이의 이중나선 구조. 영문 위키피디아 GFDL 제공
디엔에이의 이중나선 구조. 영문 위키피디아 GFDL 제공
-디엔에이가 물질의 설계도도 활용될 수 있다니 그 능력이 신비하기도 하지만 물질 조립의 도구로 쓰인다는 점에선 논란의 여지도 있을 듯하다.

=나노물질의 조립에 쓰이는 디엔에이는 매우 짧아 아무런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생명체 디엔에이의 작동원리와도 완전히 다르다. 철학적 논쟁이 될 여지는 있겠지만 이런 점에선 문제는 없다고 본다.

-디엔에이는 매우 약한 분자다. 디엔에이로 이어붙인 나노입자의 결정이 견고한가.

=상대적이다. 물이 끊는 섭씨 100도 정도면 염기쌍이 분해되기에 견고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 보면 나노입자들의 안정된 결정구조를 만들 정도로 견고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중요한 연구과제다.

-바이러스 껍질도 ‘좋은 나노 재료’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유전물질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를 지닌다. 여기에서 단백질은 아주 간단한 대칭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오각형과 육각형 가죽으로 축구공을 만들듯이, 이런 바이러스 껍질의 단백질이 자기조립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독특한 구조의 나노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속이 빈 나노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껍질은 좋은 나노 재료다.

-새로운 나노 구조를 만드는 일이 왜 중요한가.

=나노물질의 구조가 물질의 기능과 성질도 바뀐다. 나노입자의 결정 구조를 바꾸면 광결정 소자, 자기소자, 정보기록매체, 태양전지 등 여러 목적에 쓸 수 있는 신기능, 고효율, 저소비의 맞춤형 나노물질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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