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초 과확혁명 밑거름
어제 19일에는 참으로 의미가 있는 밤을 보냈다. 꽃이 활짝 핀 봄날 밤이 깊도록 빛과 어울려 축제를 벌였다. 2005년 세계 물리의 해를 맞아 한국물리학회의 공식 행사 중 처음 열리는 행사로서 빛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년을 보냈던 미국의 프린스턴에서 시작한 빛의 릴레이는 하루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아가는 행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에서 받은 빛이 독도를 거쳐 서울로 전송되는 행사다.
아인슈타인은 빛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특별히 1905년에 특수상대론을 만들 때에도 소위 광속 불변의 법칙을 가설로 설정하였고 광속을 속도의 한계로 하여 아주 특별한 존재로 삼았다. 또한 같은 해 출판하였으며 노벨상을 받게 한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도 광량자설을 뒷받침하는, 빛에 대한 업적이었다.
게다가 일반상대성 이론도 중력과 빛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만들었다. 뉴턴의 중력이론은 물체가 놓인 순간 만유인력이 동시에 작용하게 되는데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과 일치하지 않는다. 바로 빛의 속도가 최고의 속도라는 것에 모순이 된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은 빛이 속도로 중력이 전달되는 이론을 만들었다.
일반상대론에서는 빛에 중력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특수상대론에 의하면 빛의 정지질량이 없어서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영향을 시공간의 곡률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굽은 공간을 따라가는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렇게 모든 물리학자들의 관심과 질시를 한 몸에 받았던 빛의 정체는 무엇인가? 빛이 바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여 전파하는 전자기파라는 것이 19세기 중반에 맥스웰에 의해 밝혀졌다. 그러나 파동의 경우 전파할 때 매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면파의 경우 물이 매체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빛을 전파하는 매체인 소위 에테르의 존재에 관한 것이 주된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19세기말에 마이켈슨과 모올리의 실험으로 빛은 매체 없이 전파함이 밝혀졌다. 빛의 속도가 누가 재더라도 일정함을 보여 아인슈타인으로 하여금 특수상대론을 만들도록 계기가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빛의 또 다른 모습은 20세기 초에 나타났다.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적인 입장에서는 빛은 입자와 파동성을 동시에 가진다. 다시 말하면 이중성을 가진 헐크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파동성을 보이는 빛이 불연속적인 에너지 뭉치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으며 이 빛의 성질은 20세기 초의 과학혁명을 이루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sungwo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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