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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강력한 레이저 지구를 지킨다

등록 2005-04-19 18:01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2000년부터 우주선에서 고에너지 레이저를 발사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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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2000년부터 우주선에서 고에너지 레이저를 발사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


‘딥 임팩트’ 우려 소행성에
100메가와트짜리 발사해
가스 분출시켜 궤도 수정

‘빛의 축제’가 열린 19일 저녁 서울 남산타워에서 여의도 63빌딩을 향해 레이저가 쏘아졌을 때 새 한마리가 레이저를 뚫고 날아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날 남산에서 쏜 레이저의 세기는 10와트로, 새에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흰 비둘기였다면. 흰색은 빛 흡수력이 높아 레이저 영향을 더 받았겠지만 날아가는 시간이 워낙 짧은 순간이어서 흰 비둘기도 아무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명을 받았을 때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레이저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면? 날아가는 새는 물론 미사일도 떨어뜨릴 수 있다. 2000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술용 고에너지 레이저(THEL)로 날아가는 길이 30㎝, 지름 12㎝의 로켓을 쫓아가 떨어뜨리는 실험에 성공해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막대한 에너지가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은 에너지를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다면 미사일은 어렵겠지만 새에게는 치명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소행성 꼼짝마라”=최근 2034~36년 사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킨 소행성 ‘2004 엠엔4’의 크기는 지름이 280m다. 지구와 부딪치면 한두개 국가를 없앨 만큼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박사는 “사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만5천~4만3천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박상영 연세대 교수(천문우주학)는 “태양풍이나 행성의 중력 때문에 소행성의 궤도가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며 “지구에 남아 있는 충돌 흔적들은 소행성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랭글리연구소는 이런 우려 때문에 2000년대 들어 레이저를 사용해 소행성과의 충돌을 막는 방법을 연구해오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것이지만 방사성에 오염된 파편이 지구에 날아올 수 있다”며 “몇십m짜리 소행성이면 우주선을 직접 부닥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280m짜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사의 계획은 소행성의 적당한 위치에 레이저를 쬐어 물질들이 기화하면서 가스가 분출하도록 해 로켓처럼 추진력이 생기면서 궤도 수정이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1~2003년 3년 동안 랭글리연구소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주제는 소행성 궤도 수정에 필요한 에너지다. 연구 결과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1년 전에는 궤도 수정에 필요한 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지만, 이전에는 연수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레이저 방식이 실현되려면 현재의 레이저 기술로는 어렵다.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핵폭발 모의실험용으로 쓰는 것이 1메가와트(100만와트)급이다. 소행성의 궤도를 이탈시키려면 적어도 100메가와트짜리로 몇십일 동안 레이저를 쬐어야 한다. 달에 레이저 기지를 설치하는 계획도 고려됐으나, 우주선을 타고 쫓아가며 레이저를 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근영 기자


짧은 순간에 에너지 집중 원자와 원자 분리도 가능

광주과기원, 6월께 ‘고출력 레이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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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이면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 100테라와트급 고출력 레이저가 설치된다. 테라는 메가의 100만배다. 이런 출력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이뤄진다. 고도경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고출력은 고에너지와 다르다”며 “같은 에너지라도 짧은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하면 고출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가 뭉툭한 연필로는 뚫리지 않지만 뾰족한 송곳으로 순간적으로 찌르면 뚫리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노영철 고등광기술연구소 펨토과학연구실장은 “초고속 반도체나 생체의 화학작용은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짧은 순간의 관측 기술이 필요하다”며 “펨토나 아토(펨토의 1000분의 1)초 단위로 고출력 레이저를 쬐면 분자물질이 다른 분자물질로 바뀌는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는 생체 세포를 분자 단위로 조작하거나 원자와 원자를 떼어내는 등 생명공학·의학·나노공정 등에서 첨단 관측·제어기술로 쓰일 전망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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