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2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물리학회에 참석한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 출신들. 왼쪽부터 하택집·조윌렴·이규철·김미영·김필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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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진 연구환경…학문 열정은 어디 갔나” “우리가 공부할 때도 의사가 훨씬 돈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진지한 학문에의 전념에 더욱 매력을 느꼈습니다.” 지난 21~2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물리학회에서는 한국 물리학의 제3세대로 불리는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3월 하워드휴즈의학재단의 신규 연구원으로 선정된 하택집(37)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분자 크기의 물체를 집을 수 있는 탄소나노집게를 개발해 <사이언스>에 소개되기도 한 김필립(37) 콜롬비아대 교수, 창의적연구진흥 과제에서 최연소 사업단장을 거머쥐는가 하면 젊은 석좌교수 타이틀을 따내 화제가 된 이규철(38) 포항공대 교수, 반도체 실리콘 소자를 대체할 탄소나노튜브 소자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홍승훈(38) 서울대 교수 등 물리학과 86학번에는 국내외에서 쟁쟁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다. 서울대의 김미영 재료공학부 교수, 임명신 천문학과 교수, 이재진 컴퓨터공학부 교수, 포항공대의 지승훈 물리학과 교수, 이화여대 조윌렴 물리학과 교수 등도 동기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은 입학생 74명 가운데 40여명이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의 눈에는 타산적인 현 세태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요즘 학생들 보면 영어는 잘하는데 미적분은 못 푸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영어만 잘 하면 뭐든 되는 줄 아는데, 우리 때는 영어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외국에서 교수생활 하잖아요.”(조윌렴) “80년대에는 연구를 하고 싶어도 지원이 적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뭔가 해보자는 적극성이 있었죠. 시간이 아까워 과외도 안했어요. 지금 연구환경은 좋아졌어도 가치관은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 대학원생들은 1천만원에 이르는 학비를 모두 지원해줘도 토요일이면 꼬박꼬박 퇴근합니다.”(이규철)
“당시 연구환경은 열악했지만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축적돼 우리 물리학이 현재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 같아요.”(하택집) 이런 열정이 이들을 권숙일 교수 등의 1세대, 임지순 교수 등의 2세대에 이은 물리학 3세대의 주축이 되도록 했다. 이들 가운데서 한국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는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이들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물리학계는 세계적 수준에 다다르고 있어요. 미국은 탑클래스의 몇몇 대학들만이 첨단 물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첨단 나노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반을 고려한다면 물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택집) “90년대 들어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우수한 인력들이 배출되면서 노벨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지금처럼 지원이 계속된다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김필립)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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