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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민속박물관서 만난 조상들의 과학

등록 2005-05-03 16:35수정 2005-05-03 16:35

민속박물관을 찾아 유물을 들여다보며 과학 원리를 알아보는 것도 어린이날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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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을 찾아 유물을 들여다보며 과학 원리를 알아보는 것도 어린이날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
옛날에는 쇠스랑이 ‘도난경보기’

5일 어린이날 특별한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민속박물관에서 유물을 둘러보며 과학 탐구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고색창연한 유물 속에 숨어 있는 조상의 지혜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준희 서울대 교수(물리교육)의 도움을 받아 민속박물관 유물에 담긴 과학 원리를 알아본다.

수은 이용 전기 없이도 도금

백제금동대향로와 도금=국보 제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청동으로 만들어지고 금으로 도금돼 있다. 금을 액체로 만들려면 1064도 이상이어야 한다. 전기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도금을 했을까? 정답은 아말감 도금.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고 철·납을 제외한 다른 금속과 잘 섞여 아말감을 만든다. 수은과 금을 2대1로 섞어 만든 아말감을 금속에 바른 뒤 온도를 높이면 수은은 날아가고 금만 남는다. 실제로 금동 조각에서 수은이 검출됐다. 또 납이 1%도 안 섞인 이유는 납이 들어 있으면 아말감이 잘 발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점 새겨 휘지 않는 금관

천마총금관 출(出)자의 비밀=금관에서처럼 얇은 금판을 잘라 ‘출’자 모양으로 세우면 중력에 의해서도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리거나 굽는다. 이 금판을 권위있게 세우려면 굽힘 강도가 높아야 한다. 은 등을 섞으면 굽힘 강도가 늘어나지만 순도가 떨어지니 권위가 서지 않는다. 여기서 금판에 작은 점들을 새겨 넣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점으로 된 무늬를 점열문이라 한다. 점으로 무늬를 새기면, 결정이 깨져서 규칙적으로 배열됐던 전자의 분포가 엉키고 그 결과 강도가 늘어난다.

쇠스랑 도난경보기=쇠스랑은 땅을 일구기도 하고 두엄을 치기도 하는 용도가 다양한 농기구다. 이 쇠스랑이 밤에 도둑을 막는 도난경보기 노릇을 했다. 대문 앞에 이것을 놓아 두면 도둑이 들어오다 쇠스랑발 쪽을 밟게 된다. 이때 지렛대의 원리로 쇠스랑 손잡이 쪽이 도둑의 얼굴을 후려치게 돼 있다. 쇠스랑의 자루가 길어 손잡이가 천천히 올라와도 자루 쪽 선속도가 빠르고 이 때문에 선운동량의 값이 커져 큰 충격을 준다.


해시계 바늘 위도만큼 기울어

석제평일구와 앙부일구=석제평일구는 민간에서 쓰던 해시계다. 넙적한 돌 가운데를 중심으로 12등분해 눈금을 그리고 그림자 바늘을 꽂아 썼다. 그러나 시간과 계절마다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 더욱이 태양은 1시간에 15도씩 원주 위를 돌고 그림자는 평면에 드리워지기 때문에 평면상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때와 짧을 때 이동하는 각도가 다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앙부일구다. 그림자 바늘을 우리나라 위도(37도39분1초) 만큼 기울여 북극을 향하게 하고, 그림자가 원주 위에서 드리워지게 해 그림자도 1시간에 15도씩 돌아가게 만들었다. 바닥에는 동지에서 하지에 이르는 24절기를 나타내는 13개 위선과 이에 수직한 시각선이 그어져 있어 시각과 절기를 동시에 알 수 있다.

버선에 골 내 미끄럼 방지

미끄럼 방지용 타래버선=돌쟁이 아이에게 신기는 버선이 타래버선이다. 어른버선과 달리 바느질로 누벼 낸 골이 있다. 이 골이 아기가 미끌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어떤 원리일까? 발을 내딛을 때는 발이 땅을 딛는 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땅을 딛는 뒤쪽으로 약간 비스듬한 방향으로 땅이 발에 작용한다. 마찰력은 누르는 힘과 두 물체 표면 사이의 마찰계수에 따라 결정된다. 마찰력의 방향은 미끄러지는 경우 물체의 운동방향과 반대다. 안 미끄러지려면 수평 성분의 힘이 없어야 하는데 걸어가면서 힘을 수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어른들은 근력으로 버틴다. 돌쟁이는 어렵다. 버선 표면에 바느질로 골을 내면 표면의 거칠기가 커져 방바닥과의 최대정지마찰계수가 커진다. 최대정지마찰계수가 작으면 반작용의 수평 방향 성분이 작아도 쉽게 미끄러진다.

활성탄의 나노기술=숯은 나무를 가열해 건조시키면 타르 등 불순물이 제거되고 탄소만 남은 것이다. 이 숯을 냄새 등을 빨아들이는 활성탄으로 만들려면, 높은 온도에서 수증기에 노출시키면 된다. 이때 숯은 구멍이 많은 삼차원 구조를 가지면서 흡착력이 커진다. 대개 0.8~50㎚(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구멍이 많이 난 활성탄의 탄소 표면은 구멍의 구조로 말미암아 전기력이 찌그러진다. 이 찌그러진 전기력에 의해 작용하는 인력을 반데발스힘이라고 한다. 이 힘이 다른 입자를 잡아당긴다. 도마뱀이 중력을 이기고 벽에 잘 붙어 있는 것도 도마뱀의 발에 달려 있는 무수한 가는 털이 반데발스힘을 작용해 벽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신발 단면적 넓혀 압력 줄여


설피와 발자국=발자국 하나는 사람 몸을 구성하는 전체 뼈 개수의 8분의 1에 이르는 26개의 뼈와 관절 33개, 인대 107개, 근육과 건 19개가 어울려 이뤄낸 ‘오케스트라’다. 설피는 보통 짚신의 두세배인 가로 45㎝ 안팎, 세로 25㎝ 안팎의 크기로, 신발 단면적의 4~5배 정도된다. 아래로 작용하는 압력이 4분의 1~5분의 1로 줄어든다.

바늘구멍에 황소바람=바늘구멍에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는 속담에는 베르누이의 정리가 작용한다. 바람의 속도는 빠를수록 바람은 세어진다. 초속 0.3~1.5m면 작은 나뭇가지의 잎이 흔들리고, 초속 5.5~7.9m면 종이조각이 날아가고 먼지가 인다. 문풍지의 좁은 구멍으로 바람이 통과하면 속도가 더 빨라지고 그만큼 힘도 황소처럼 세어진다.

가야 야철공방과 조개더미=철기 문화가 발달한 가야의 야철공방 유적지에서는 조개더미가 반드시 발견된다. 철광석에는 인·황 등 불순물이 섞여 있다. 철광석을 녹일 때 조개껍질을 넣으면 조개에 들어 있는 산화칼슘(CaO)이 불순물과 섞여 먼저 녹은 다음 가라앉는다. 이것을 슬래그(쇠똥)이라고 한다. 철이 녹으면 밀도가 슬래그보다 커 더 아래로 가라앉아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에는 조개껍질 대신 석회석을 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더 정교해진 해시계 ‘정남일구’

앙부일구보다 정교한 것이 남쪽을 가리키는 해시계라는 뜻의 정남일구다. 받침대에는 수평을 잡기 위한 물그릇(수준기)이 장치돼 있고, 남북으로는 기둥이 세워져 그 사이에 눈금을 그려 넣은 사유환·지평환 등이 있다. 가늠대에 햇빛을 통과하게 해 그 햇빛이 사유환의 뚫린 네모난 구멍에 이르게 정남일구를 위치와 가늠대의 높낮이, 사유환의 각도 등을 조절한다. 이때 네모난 구멍으로 보이는 적도환의 시각을 읽으면 시간을 알 수 있다. 또 북쪽 막대는 북쪽으로 남쪽 막대는 남쪽으로 향하게 돼 자석 없이도 남북 방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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