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연구원 안에 올해 3월 설치된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생산 실증실험장에서 지난 17일 강도형 선임연구원이 미세조류 배양과 바이오연료 추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해양연, 롯데건설 등과 생산단지 조성 MOU
생산량 콩의 40배…“2013년 상용화 가능”
생산량 콩의 40배…“2013년 상용화 가능”
한국해양연구원(해양연)은 21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산시 본원 국제회의실에서 롯데건설, 애경유화, 호남석유화학 등 3개 기업과 미세조류 배양과 바이오연료 생산 실험 및 생산단지 조성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강정극 해양연 원장은 “세 기업과 협력해 2013년까지 10헥타르(㏊·3만평)의 미세조류 생산단지를 만들어 바이오연료와 고부가물질을 포함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40t 실험장에서 바이오연료 연간 600ℓ 생산 지난 3월 완공된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실증실험장에서는 20t짜리 수조 2곳에서 미세조류들이 자라고 있다. 한쪽에는 바닷물이, 다른 쪽에는 바닷물과 민물을 반씩 섞은 기수가 차 있다. 바닷물에서는 초록색의 조류가, 기수에서는 갈색의 조류가 수차처럼 돌아가는 프로펠러에 의해 수조 속을 빙빙 돌고 있었다. 허수진 해양생물자원연구부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분류한 미세조류를 250㎖에서부터 5ℓ, 300ℓ 등 단계적으로 키운 뒤 수조에 넣고 본격적으로 배양한다”며 “3~8시간이면 두배로 증가해 71일 만에 이미 6번을 수확해 기름을 짰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입에 문 지름 수마이크로미터짜리 빨대로 미세조류를 골라내는 게 연구팀만의 ‘비법’이다. 이렇게 골라낸 조류들을 적당한 영양분이 섞인 물속에 넣고 온도와 산소, 빛 등을 적절한 조건에 맞춰 키워 지방 함유가 가장 많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자라는 종을 찾아낸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지 않으면서도 잘 자라는 조류를 ‘육종’하고 있다. 실제 재배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두배로 잘 크기 때문이다.
■ 단위면적당 연료 콩보다 40배 추출 1970년대 말 석유파동(오일쇼크) 뒤 투자가 집중됐던 미세조류 연료생산 연구는 높은 생산단가로 1990년대 말 중단됐으나, 최근 대두·유채·팜 등 육상식물에 비해 경작면적당 연료 생산량이 많고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까지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양연의 분석으로는 4000㎡의 면적에서 연간 생산되는 바이오연료가 미세조류는 7200ℓ인 데 비해 사탕수수는 1710ℓ, 옥수수는 950ℓ, 콩은 190ℓ에 불과하다. 또 100t의 미세조류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면 180여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미국 윌리엄메리대의 에밋 더피 교수는 2009년 <사이언스>에 “미국이 2007년에 27만㎢의 농지에서 경작한 콩으로 전체 바이오디젤 소비량의 6%를 생산했는데, 같은 면적에서 미세조류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면 전체 소비량의 100%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조원의 투자금으로 100여개의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생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양연과 인하대, 부경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조류 바이오연료 연구를 하고 있다.
미세조류 실증실험장을 만든 강도형 해양생물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조류 바이오연료는 석유연료와 유사해 가솔린·디젤 등 석유연료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 기존 시설과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바닷물을 이용하기에 식량과 물 부족이라는 부작용이 없다는 점 등에서 엑손모빌, 쉘 등 정유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연은 기업들과 만든 생산단지가 성공하면 안산시에 시화호 복합산업단지 안에 대규모 조류 바이오연료 생산기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강 선임연구원은 “현재 조류 바이오연료의 단가는 1ℓ당 3500원 정도이지만 2013년에 2500원까지 내려가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바이오연료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류 분말에는 항산화물의 하나로 1㎏당 9억원에 이르는 아스타잔틴을 비롯해 베타카로틴, 피코시아닌, 클로로필 에이 등 각종 항암·항염 물질들이 들어 있다. 또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글리세롤도 다량 함유돼 있다. 해양연 연구팀은 조류를 이용한 발효주 제조 기술도 실험하고 있다.
안산/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미세조류 미세조류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생물. 태양광과 물만 있으면 바다(소금물)나 사막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수십만종의 미세조류 가운데 현재 5종이 바이오연료 생산용으로 발굴돼 쓰이고 있다.
미세조류 미세조류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생물. 태양광과 물만 있으면 바다(소금물)나 사막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수십만종의 미세조류 가운데 현재 5종이 바이오연료 생산용으로 발굴돼 쓰이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미세조류들. 오른쪽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에서 하얀색 부분이 바이오연료 원료인 중성지방을 축적한 모습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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