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관들 위성자료로 판단
미, 기상정찰기 통해 관측
미, 기상정찰기 통해 관측
태풍 예보 왜 자주 빗나갈까
기상청은 지난해 8월30일 “하루 전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880㎞ 해상에서 발생한 제7호 태풍 곤파스가 9월3일 오후 3시께 북한 평양 서쪽 약 130㎞ 부근까지 북상해 서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이틀 뒤인 9월1일 기상청은 “2일 정오 무렵 강화도 부근에 상륙할 것”이라는 수정예보를 냈지만 태풍은 이날 새벽 서울을 기습해 예보관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태풍 예보는 왜 자주 틀리는 걸까?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1일 “태풍 강도는 실제 관측값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과거 자료를 토대로 태풍의 형태(패턴)를 보고 값을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소속 기상학자인 버넌 드보락은 1973년 태풍에 동반된 구름의 형태에서 태풍 강도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태풍의 구름이 잘 조직화됐는지, 태풍의 눈은 뚜렷한지, 상하층간 구름이 어떻게 분리돼 있는지 등으로 과거 태풍들을 비교분석해 15가지 등급을 만들었다. 이를 태풍강도지수(CI수)라 한다. 예보관들은 태풍이 발생하면 위성사진을 놓고 드보락의 패턴과 맞춰보며 태풍강도지수를 산출해 태풍의 중심기압과 강도를 ‘결정’한다. 가령 태풍강도지수가 4.5면 중심기압이 96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0~50m의 매우 강한 태풍을 의미한다.
태풍의 크기는 태풍의 중심으로부터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곳까지의 거리로 정하는데, 이 또한 예보관들이 실제로 관측할 수 없기에 위성자료를 근거로 추산한다. 태풍의 진로는 태풍 자체의 역학과 주변 기압계의 변화를 변수로 계산하지만, 이 역시 역학모델 등을 활용해 예보관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 때문에 태풍의 진로 예보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태풍 예보는 하루 뒤 실제 위치와의 오차가 117.4㎞, 이틀 뒤 207.9㎞, 사흘 뒤 349.6㎞일 정도로 컸다. 일본도 하루 뒤 오차가 105㎞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하루 뒤 오차 100.1㎞, 이틀 뒤 181.4㎞로 우리보다 정확도가 다소 높다. 미국의 허리케인 예측은 좀더 정확해 지난해 오차가 하루 뒤 94㎞, 이틀 뒤 156㎞였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미국은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기상정찰기를 띄워 직접 따라가며 관측을 하기에 좀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뒤 괌에 배치돼 있던 폭격기(비-52)를 활용해 태풍이 발생하면 바로 띄워 직접 관측하기도 하고 드롭존데(대기관측용 낙하 라디오존데)를 태풍의 눈 안에 떨어뜨려 기상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비용 문제로 중단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기상청은 그 기간에 쌓인 자료를 활용해 각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정관영 예보분석관은 “자료 축적과 모델의 개선을 통해 태풍의 진로 예상 정확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강도 예측은 지난 20여년 동안 어느 국가의 어떤 모델로도 향상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4월1일부터 운용에 들어간 천리안위성으로부터 15분마다 자료를 받아보면 태풍의 진로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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