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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똘똘한 발열·흡습 섬유에서 똑똑한 스마트 섬유까지

등록 2015-10-11 20:38

섬유의 무한 진화


최근 전도성 실과 일반 실을 섞어 만든 의류 등 다양한 기능의 ‘스마트 섬유’가 등장하고 있다.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과 이어폰이 내장되고 소매에 터치패드가 부착된 옷을 입은 섬유회사 직원들이 기기를 작동시켜 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최근 전도성 실과 일반 실을 섞어 만든 의류 등 다양한 기능의 ‘스마트 섬유’가 등장하고 있다.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과 이어폰이 내장되고 소매에 터치패드가 부착된 옷을 입은 섬유회사 직원들이 기기를 작동시켜 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인류가 왜 옷(의복)을 입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신체를 보호하고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장식용 또는 이성 유인용’ ‘문명화로 생겨난 수치심 때문’과 같은 여러 가설이 엇갈린다. 하지만 옷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 생명을 보전하는 기능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막지역의 차도르나 에스키모인의 아노락 등은 그 지역의 기후 특성에 맞춘 체온 보전용 의복이다. 우리 몸은 36.5도짜리 엔진이다. 엔진이 가열되면 냉각이 필요하듯 우리 몸도 끊임없이 열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난로에 손을 쬐면 복사열 때문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 몸에서도 복사에 의한 열이 발산된다. 그 양은 우리 몸에서 나오는 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30%는 피부에서 직접 공기로 열이 전달되거나 옷에 옮겨진 열(전도열)이 공기로 전달되는 대류 현상에 의한 것이다. 땀에 의한 증발열량은 20% 정도다. 우리 몸은 평균적으로 체표면적 1㎡당 한시간에 23g의 땀을 배출한다. 표준체형의 체표면적은 1.6㎡인 만큼 성인은 하루 900g 정도의 땀을 흘린다고 보면 된다. 땀이 수증기로 기화할 때 열을 빼앗는데, 주변 온도가 올라갈 때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신체의 방어작용이다.

겨울옷은 대류 현상에 의한 열 손실을 억제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공기는 섬유보다 10배 정도 열을 전달하기 힘들다. 면직류가 털로 만든 모직보다 보온에 취약한 것도 면의 열전도도가 양모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 그만큼 체열을 쉽게 대기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솜옷이나 오리털·거위털 옷들은 섬유 사이의 공기층을 극대화해 열전도율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보온성을 높인 의복이다. 입기 전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는 옷이나, 섬유 사이에 빨대 모양의 공기층을 둔 중공섬유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땀의 증발을 조절하거나 복사되는 열을 반사하는 방식의 기능성 섬유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효시 격이 고어텍스다. 1제곱인치당 90억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을 가진 필름을 이용해 외부에서 침투하는 빗방울 등은 막고 내부의 땀은 배출하는 방식이다. 고어텍스 옷감의 구멍은 5000~25만분의 1㎜로 작다. 빗방울은 가장 작은 안개비도 지름이 0.1㎜여서 구멍을 통과하지 못한다. 반면 땀이 증발해 생기는 수증기는 지름이 이 구멍보다 훨씬 작아 쉽게 빠져나간다. 수증기는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을 때 나는 김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수증기가 온도가 낮은 공기와 접촉해 작은 물방울로 변하기 때문이다.

의복 1차 기능 체온유지로 생명보전
겨울옷 열전도율 낮은 공기층 극대화
발열·흡습·반사 기능성 섬유 인기
전자회로 옷감으로 시청각 구현까지
세탁 가능 섬유 센서로 가스 탐지도

‘흡습발열’ 섬유는 땀을 이용하는 다른 사례다. 대표적인 제품이 몇년 전부터 겨울철 베스트셀러 상품 반열에 오른 ‘발열내의’다. 흡습발열에는 흡착열과 응축열이 이용된다. 흡착열은 수증기가 섬유에 달라붙으면서 발생한다. 에너지가 높은 기체 상태의 수분이 섬유에 붙어 안정화하면서 에너지를 내놓아 열이 생겨난다. 겨울에 따뜻하고 건조한 실내에 있다 양모 외투를 입고 습기가 많고 추운 바깥에 나가면 섬유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흡착열이 생겨 급격히 추위를 느끼는 것을 완화해준다. 합성섬유인 아크릴레이트 계열의 섬유는 면보다 5배, 양모보다 2.5배 높은 흡습력을 가지고 있어 기능성 섬유로 각광받고 있다. 상변화 물질로 만들어진 섬유는 기체인 수증기가 액체인 물로 변하면서 발산하는 응축열을 이용한다.

몸에서 나오는 열을 직접 이용하는 기능성 섬유도 있다. 여기에는 인체의 복사열을 거울처럼 되반사해 체온을 유지하는 방식과 몸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증폭해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이 있다. 알루미늄 등 금속 분말을 섬유에 코팅하거나 증착시키는 방법과 원적외선 복사율이 높은 세라믹을 안에 넣어 섬유를 만드는 방법 등이 쓰이고 있다.

햇빛을 흡수해 보온에 쓰는 ‘흡광축열’ 섬유도 등장했다. 지르코늄을 올 중간에 집어넣은 섬유는 태양광에서 광에너지를 흡수해 이를 열에너지로 변환한다. 지르코늄 함유 섬유는 인체에서 복사되는 파장이 짧은 원적외선은 오히려 반사해 보온 효과를 높이는 특성도 있다.

아예 적극적으로 발열장치를 부착한 옷들도 나오고 있다. 열을 발생시키는 촉매를 삽입한 의복부터 열선을 집어넣어 마치 전기장판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의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옷들은 극한 환경에서 방한복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배터리 등 열원을 따로 장착해야 해 평상복으로 사용하기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섬유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디지털 의류’도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의류를 만드는 데는 스마트 섬유가 필요하다. 전도성 실과 일반 섬유를 섞어 천을 만들거나, 전도성 실로 수를 놓는 방법, 전도성 잉크를 일반 천에 흡착시키는 방법 등이 쓰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직물에 직접 전자 기능을 부여하는 ‘에스오티’(SoT·시스템 오브 텍스타일) 기술을 이용해 엠피스리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소매에 장착된 회로보드와 터치패드를 조절해 작동시키는 스마트 의류를 만들었다. 또 직물로 스피커를 만들어 블라인드처럼 말아넣었다 펼치는 오디오장치,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쉽게 구부리고 내구성도 높인 밴드형 직물 손목시계 등의 시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정현태 전자통신연구원 웨어러블컴퓨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많은 스마트 의류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극한 환경 노출이나 잦은 세탁에도 증착 또는 부착한 전도성 물질과 전자회로들이 떨어지지 않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전자통신연구원이 제작한 유해가스 감지용 스마트 의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한 한 사례다. 그래핀산화물을 일반 섬유에 코팅해 휨이나 반복적인 세탁에도 잘 망가지지 않게 했다. 이 그래핀산화물들은 가스와 만나면 그 종류에 따라 전하의 이동이 생겨 저항값이 바뀌고 그 정도를 측정해 가스 종류나 농도를 알 수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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