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구팀이 가느다란 섬유에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를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실에 전구보다 100배 밝은 유기발광 디스플레이(OLED)를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3일 “최경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름 90~3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얇은 섬유 위에 고효율의 유기엘이디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장수명의 유기엘이디 기술 개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나노 재료와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기기를 옷이나 모자 등에 설치한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다소 단단한 엘이디를 의류에 부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 연구는 직물을 짤 때 아예 섬유 자체에서 유연한 유기엘이디가 형성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섬유형 디스플레이 소자는 부착형의 평판 디스플레이 소자에 비해 효율과 수명이 크게 낮은 것이 한계였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섬유에 적합한 유기엘이디 소자 구조를 설계한 뒤 이 소자를 저온 딥 코팅 공정을 통해 섬유 위에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딥 코팅 공정은 물감 통에 실을 넣어 물감을 들이는 식의 공법으로, 연구팀은 섬유를 빼내는 속도를 조절해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의 유무기 기능층이 섬유 위에 균일하게 박막을 형성하도록 했다.
섬유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구동한 모습. 카이스트 제공
이렇게 만든 섬유 위의 유기엘이디는 1제곱미터당 1만 칸델라(1만㏅/㎡) 수준의 휘도와 1암페어당 11칸델라(11㏅/A)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1만 칸델라는 밝은 텔레비전 화면보다 20배 가량, 100와트(W) 전구보다 100배 가량 밝은 정도다. 연구팀은 이전에 제작한 유기엘이디의 휘도(1천㏅/㎡)를 10배 가량 향상시켰다. 특히 이 섬유형 유기엘이디는 1만번 심하게 구부리거나 접어도 밝기 등 성능이 4.3%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는 기계적 변형률을 보여 입는 디스플레이로 제작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이 증명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최경철 교수는 “105도 이하의 저온 용액 공정을 사용해 현재 의류에 사용되는 소재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머리카락(100~600㎛) 두께 정도의 얇은 섬유에도 유기엘이디가 잘 형성돼 저비용의 섬유형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대량생산하는 상용화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 지난해 12월6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