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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29 19:51 수정 : 2015.03.29 19:51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김포를 잇는 고양시 법곳동 일산대교 위로 25일 오후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고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스 쏙] ‘일산대교’ 통행료 적자 골머리

민간투자로 지은 한강의 27번째 다리인 일산대교를 놓고 경기도와 국민연금공단이 2000억원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은 모두 ‘공익’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민자사업의 수입이 예상치에 못 미치면, 정부가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주는 제도다.

경기도는 2013년도 일산대교 통행료 수입 적자에 따른 보전금 41억원의 지급을 보류하고 최소운영수입보장 폐지를 뼈대로 한 사업 재구조화를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하고 나섰다. 매년 50억원 안팎의 세금으로 30년간 일산대교 적자를 메우느라 경기도의 재정 부담이 늘고 통행요금이 올라 이용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공익’을 이유로 들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00만명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해 기금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더 공익에 부합한다’며 이달 말까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 개통된 일산대교는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과 고양시 법곳동 사이 1.84㎞를 잇는 6차로다. 횡으로는 인천~김포~고양~파주를, 종으로는 김포~강화~개성을 잇는다. 경기도가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4개 업체가 공동출자한 일산대교㈜와 협약을 맺고 건설한 민간투자사업인 일산대교는 준공 1년 뒤 국민연금공단으로 출자자가 바뀌었다.

일산대교는 민간업체가 148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다리를 세우면 경기도가 30년간 민간업체에 운영수입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2003년 실시협약에서 경기도는 민간업체에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76.6%, 2015년부터 2038년까지는 88%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협약은 ‘족쇄’였다.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50억원 안팎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수익을 올리는 사이 경기도의 적자는 늘었다. 통행요금은 2~3년마다 올랐다.

2013년 일산대교 추정 통행량은 5만8202대였으나 실제 통행량은 70%인 4만1209대였다. 요금이 싸지 않았고 김포 쪽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들이 지연되면서 통행량이 예상에 못 미친 탓이다. 2013년 실제 통행수입은 156억원으로 경기도가 보장한 최소운영수입액 198억원의 차액인 42억원은 경기도가 예산으로 메꿔야 했다. 지난 6년간 적자보전액은 276억원이고 올해부터 2038년까지 예상되는 적자 2008억원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협약은 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민간업자가 요금 인상을 건의할 수 있게 했다. 요금은 100원 단위로 2~3년 주기로 오르는데 벌써 2차례 200원이 올랐고 이용 주민들의 부담이 됐다.

실제 통행량 추정에 못미쳐 적자
30년간 업체에 운영수입 보장 협약
지난 6년간 276억 보전…재정 타격
올해~2038년 예상액은 2008억
도, 비용 보전방식 전환 요구에
공단 “응할 이유 없다” 법적대응 불사

저금리 시대에 국민연금공단한테 일산대교는 ‘옥동자’와도 같다. 국민연금공단에 보장된 실질수익률은 세금 정산 뒤 7.94%다. 최근 은행 금리 2~3%는 물론 서울시가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해 낮춘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수익률 4.8%에 견줘 2배가량 높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5차례 국민연금공단에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해온 경기도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와 주민들의 통행료 부담을 무시하고 고수익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지선 경기도 도로정책과장은 “현행 수입보장 방식을 비용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업 재구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일산대교의 수익률을 현행 민자사업 수익률인 4%대로 낮추고 여기에 비용을 더한 뒤 부족한 부분은 재정 지원을 하게 되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와 함께 통행료 결정권도 회수해 통행료를 22%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경기도의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실시협약상 2038년까지 고수익률이 보장되는데 굳이 재구조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이재영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자금관리부장은 “국민연금법상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수익을 최대한 증대하도록 규정돼 있다. 기금 수익을 높이는 게 더 공익적”이라고 말했다.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를 촉구해온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소운영수입보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2013년 기획재정부는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는 해당 사업의 위험 분담 방식, 사용료 결정 방법 변경 등 사업 시행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상호 합의라는 단서를 달아 민간사업자가 버틸 경우 법정소송 외에는 조정 방법이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민간과 지방정부 등이 이익과 손실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처럼 공적 기관인 경우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조정하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시민들의 통행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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