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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더위탈출? ‘남극이’는 여름을 싫어했다

등록 2017-08-01 19:20수정 2017-08-01 20:24

‘남극이’ 지난 1월 대전 오월드에서 숨져
스페인에서 태어나 2002년 한국으로
남편 ‘북극이’ 2005년 먼저 세상 떠나
평생 동물원에 갇혀 더위와 싸운 기구한 삶
동물권단체 “극지방 동물전시 금지를”
대전 오월드의 북극곰 남극이가 지난해 7월 동물사 안의 웅덩이에서 얼음덩어리를 붙잡고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오월드의 북극곰 남극이가 지난해 7월 동물사 안의 웅덩이에서 얼음덩어리를 붙잡고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오월드(동물원)에서 살던 북극곰 ‘남극이’(암컷)가 지난 1월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질 당시 남극이는 32살이었고, 한국에 온 지 15년 만이었다. 더위와 외로움과의 15년 싸움을 끝마친 남극이의 죽음을 맞아 극지동물 등을 이색 볼거리로 취급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오월드에서 10년 넘게 남극이를 돌봐온 박강필 사육사는 지난 1월4일 아침 8시께 잠을 자던 자리에 누워 숨진 남극이를 발견했다. 전날 식욕부진을 보여 영양제 처방을 받은 터였다. 부검을 해보니 췌장에서 약 20㎝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사인은 췌장암과 복막염에 의한 폐혈증이었다.

남극이는 1985년 12월 스페인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구체적으로 어느 동물원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17살이던 2002년 수컷인 북극이(1980년생)와 함께 스페인에서 대전으로 건너왔다. 북극곰 수입은 개장을 앞둔 오월드의 야심작이었다. 남극이와 북극이는 ‘대전 북극곰 부부’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3년 뒤인 2005년 12월 당시 25살이던 북극이가 먼저 숨을 거뒀다. 사인은 간암이었다.

그 뒤 남극이는 115㎡ 남짓의 북극곰사에서 홀로 지냈다. 워낙 고령이라 평소에도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1년에 한 번씩 병치레했지만 치료를 받고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북극에서 살아야 할 남극이를 가장 괴롭힌 건 ‘더위’였다. 막힌 동물사 안에서 외로움과 더위를 견뎌내야 했다. 여름이면 에어컨이 있는 약 23㎡의 내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뜨거운 동물사 안에서 정형행동(동물의 목적 없는 반복행동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함을 보여줌)을 보이기도 했다. 얼음덩어리와 얼린 과일·생선이 동물원에서의 유일한 낙이었다. 사람들은 얼음을 껴안고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남극이를 ‘북극곰의 더위 탈출’이라며 여름철 볼거리로 삼았다.

지난달 27일 남극이가 살던 동물사의 모습. 남극이가 숨진 뒤 아메리카 검정곰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달 27일 남극이가 살던 동물사의 모습. 남극이가 숨진 뒤 아메리카 검정곰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최예린 기자
박 사육사는 “남극이가 여름만 되면 너무 힘들어 했다. 매년 여름 우리도(사육사·수의사) 남극이 건강을 많이 걱정했다. 남극이와 정이 들어 허전하지만 (동물원에 살면서) 더위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던 것을 아니까 남극이 없는 올여름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남극이는 마지막으로 국내로 이주했던 북극곰이다. 이제 국내에 남은 북극곰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통키가 유일하다. 1995년 경남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1997년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동물단체들은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을 매년 비판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날 남극이 추모 성명을 내어 “(여름이면 30도가 넘는) 열대성 기후의 나라에서 (극지방에 사는) 북극곰 전시는 동물학대다. 세계적으로 북극곰 전시는 금지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제 더는 극지방 해양동물의 수입과 전시를 금지해야 한다. 통키가 해외의 적절한 보호공간으로 옮겨지도록 삼성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 남은 통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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