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위성 2A호가 8일 오전 11시 촬영한 한반도 주변 영상. 제9∼11호 세 태풍이 나란히 북동진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제9호 태풍 ‘루핏’의 간접영향으로 8일 오후부터 9일 새벽 사이에 영남 해안과 강원 영동 등 동해안에 최고 200㎜가 넘는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제9호 태풍 ‘루핏’이 밤 12시를 전후해 일본 규슈지방으로 상륙한 뒤 동해 쪽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영남 해안과 강원 영동 등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어 피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우리나라 북서쪽에는 건조하고 찬 공기가 자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쪽에는 제9호 태풍 ‘루핏’이, 동쪽에는 제19호 태풍 ’미리내’가 북동진하고 있다. 한반도 상층에 건조한 공기가 내려앉는 시기여서 루핏이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풍이 일본을 통과하면서 기압경도에 따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일부 지역에는 강한 강수가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제9호 태풍 ’루핏’의 8일 오전 9시 예상경로.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8~9일 강원 영동과 영남 해안, 경북 북동산지, 제주, 울릉도·독도에는 50~150㎜의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서 많은 곳은 200㎜ 이상, 울릉도·독도에서는 250㎜ 이상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또 태풍으로 인해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도에는 바람이 초속 10~16m, 순간최대풍속 초속 2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태풍 루핏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북북서쪽 34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6㎞의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우 예보분석관은 “현재 루핏은 상하층이 분리되는 것이 관찰되는 등 약해진 상태로, 규슈에 상륙할 시점이면 더욱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해로 진출할 때 남서류의 수증기를 공급받아 일시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우리나라에 가장 근접하는 시기는 규슈에 상륙하는 8일 밤 자정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루핏의 영향으로 8∼9일 대기 하층에는 동풍이 불어 백두대간 동쪽의 기온은 낮겠지만 서쪽에는 30도 이상의 더운 날씨를 보이고 수도권과 남해안에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8일에는 영남 내륙과 호남에 10~70㎜, 강원 영서에 5∼40㎜의 소나기가 쏟아지고, 9일에도 충북 남부와 전북 동부에 5~40㎜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서울지역 중기예보(11∼18일). 기상청 제공
10일 ‘말복’부터 기온 평년 수준으로 낮아져
한편 태풍 영향에서 벗어나는, ‘말복’인 10일부터는 주로 약한 서풍이 불면서 기온이 낮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를 보면 11일부터 18일까지 아침 기온은 21~25도, 낮 기온은 28~33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과 13일에는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제주와 영남, 전망에 비가 오고, 14일에는 충청과 전북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과 전남, 제주에는 15일까지 비가 이어지겠다.
강원 영동에는 13∼14일 동풍의 영향으로 비가 올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