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정박한 LNG 수송선. 게티이미지
최근의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응 조처가 기후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국제 기후변화정책 전문 분석 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등 4개 국제 기후변화 관련 연구기관이 참여한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은 8일(현지시각)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27) 준비 회의가 열리는 독일 본에서 이런 내용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들의 대응이 기후위기 대응에 끼칠 영향을 평가 분석한 것이다.
기후행동추적은 러시아에서 석유, 가스 등을 공급 받아 온 나라들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또다른 화석에너지로 대체하는데 몰두하는 것을 ‘골드 러시’에 비유하며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묶을 마지막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들이 화석연료에서 다른 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을 재배치할 기회를 잡는데 실패해, 우리는 새로운 화석 가스 생산과 파이프라인, 액화천연가스 시설을 향한 세계적 ‘골드 러시’를 목격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우리를 또다른 고탄소 10년에 가둬 파리협정 목표에 도달 불가능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화석연료를 향한 골드 러시의 사례로 보고서는 독일·이탈리아·그리스·네덜란드에 새로 계획된 엘엔지 수입 시설을 통해 유럽연합에 전보다 4분의1 더 많은 가스가 공급될 수 있게 된 것, 미국·캐나다·노르웨이·이탈리아·일본 등에서 국내 화석연료 생산이 증가한 것을 들었다.
이밖에 미국이 유럽연합에, 카타르와 이집트가 독일과 이탈리아에 LNG를 추가 수출하기로 합의한 것, 알제리가 이탈리아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추가 수출하기로 계약한 것,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가스파이프라인 계획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등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이런 천연가스 확보 계획들이 모두 실현되면 확보된 시설들은 막대한 좌초 자산으로 전락하든가 전 세계를 돌이기키 힘든 온난화로 몰아가게 된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 발표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에너지 안보 불안에서 벗어나는데 초점을 맞춘 ‘리파워이유(REPowerEU)’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2030년 재생 에너지 목표를 지난해 제시한 40%에서 45%로 올리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후행동추적은 이런 계획과 제안 대부분이 필요하거나 가능한 증가 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비드 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서 탈탄소화에 초점을 맞추는데 실패한 많은 정부가 세계적 에너지 충격에 직면해 동일한 실수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CEO 빌 헤어는 발표 자료에서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패키지를 경제의 탈탄소화 지원에 사용할 엄청난 기회를 놓쳤는데, 그것을 새로운 에너지 위기 대응에서도 반복할 것 같다”며 “기후변화 위기를 무시하고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조처들로 팬데믹이나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에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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