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고속철 공사때문에 못살겠어”

등록 2005-02-17 17:44수정 2005-02-17 17:44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11-3 공구 경북 경주시 당리 터널 공사 현장. 발파공사가 2003년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건천/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11-3 공구 경북 경주시 당리 터널 공사 현장. 발파공사가 2003년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건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식수 끊기고 ‥ 집기둥 뒤틀리고 ‥ 소 ·돼지 죽어나가 ‥

[현장] 경주 오봉산자락 선동마을


16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선동마을에서 오봉산 자락을 5분쯤 걸어오르자 바닥을 꺼멓게 드러낸 100여평 규모의 산지못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주민 홍성흠(47)씨는 “석달 전 바닥을 드러낸 것을 처음 발견했다”며 “아무리 가물어도 40년 동안 한번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바닥에서 1.5m 남짓 높이의 돌담은 물이 이 지점까지 차 있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주민들은 못 바로 위에서 지하수가 사철 흘러나와, 예전에는 못에서 논에 물을 댔다고 했다.

못에서 왼쪽 아래로 200여m 떨어진 곳에서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11-3 공구 당리터널(6.6㎞) 발파 공사가 2003년 10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발파공사로 지하수 흐름이 바뀌거나 고갈돼 물이 마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인 한진중공업 최창범 관리처장은 “산 정상 쪽으로 60m쯤 위에 길이 생겨 못으로 흘러가는 물길이 바뀌어 마른 것 같다”며 “터널공사를 1.8㎞쯤 진행하는 동안 한번도 공사 중에 지하수가 흘러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선동마을에 사는 정재환(50)씨는 “산꼭대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못이 지표수로 채워진다면 물이 말라도 벌써 여러차례 말랐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주민들이 먹는 암반 지하수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도 터널공사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107가구가 사는 선동마을은 지난 3일 마을 위쪽 집들의 식수가 끊겨, 15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큰 고통을 겪었다. 계곡 물을 저장해 식수로 쓰는데, 이 물이 부족하면 지하 암정에서 자동적으로 전기를 사용해 물을 끌어올리게 돼 있다. 송선리 이기협(39) 이장은 “깊은 암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데, 1분 동안 나왔다가 3분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하수가 말랐다”며 “이런 경우는 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한 지난달 전기료는 평소보다 세 곱절쯤 많은 15만7350원이 나왔으나 일부 집들은 물 부족을 겪었다고 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천성산 터널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도 터널공사에 따른 지하수의 변동과 유출로 발생할 주변의 생태계 변화”라며 “건천읍 일대에 대한 정밀한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과 정족산 일대의 무제치늪과 화엄늪은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환경단체 쪽은 천성산 관통터널이 늪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16일 경부고속철도 당리터널 공사 현장 인근 오봉산 자락에 있는 산지못이 이날 비가 20㎜ 넘게 내린 뒤인데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건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발파공사의 소음·진동에 따른 피해도 크다. 송선리 달래창마을 40가구의 집들은 곳곳에 세로로 금이 가 있다. 최홍렬(44)씨의 집 천장은 빗물까지 스며들어 벽지가 누렇게 떠 있고, 안방 기둥의 벽지도 뒤틀리고, 찢어졌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균열이 생긴 것은 발파공사의 영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쪽은 “소음·진동 기준 등 규정을 지키며 발파작업을 했다”며 “발파 전 마을 집들의 균열상태를 조사한 것에 견줘보면 집들이 낡아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진정을 낼 계획이다.

흑염소를 키우는 황병수(66)씨는 “발파공사 뒤 지금까지 새끼 8마리와 어미 2마리가 죽어 새끼염소는 한 마리도 없다”고 말했다. 2003년 11월 태어난 새끼염소 두 마리가 처음 죽었고, 이듬해 봄에는 죽은 채 새끼가 태어나고 어미까지 죽었다. 송선리 주민들은 한우 54마리, 사슴·돼지·염소 등 95마리의 가축들이 죽거나 불임, 체중 감소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송선리에서는 단석산 자락을 뚫는 11-4 공구 송선터널(4.3㎞) 발파공사도 지난 연말부터 진행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17일 “문제의 핵심은 지하수 고갈이나 발파공사에 따른 주민 피해 등이 사전에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전혀 지적되지 않아 공사가 진행된 것”이라며 “천성산 문제에서처럼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은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와 공사 현장의 실제 피해 사이의 간극”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당리터널과 송선터널 공사를 즉각 멈추고, 피해지역에 대한 정밀한 환경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경주/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