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11-3 공구 경북 경주시 당리 터널 공사 현장. 발파공사가 2003년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건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식수 끊기고 ‥ 집기둥 뒤틀리고 ‥ 소 ·돼지 죽어나가 ‥
[현장] 경주 오봉산자락 선동마을
16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선동마을에서 오봉산 자락을 5분쯤 걸어오르자 바닥을 꺼멓게 드러낸 100여평 규모의 산지못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주민 홍성흠(47)씨는 “석달 전 바닥을 드러낸 것을 처음 발견했다”며 “아무리 가물어도 40년 동안 한번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바닥에서 1.5m 남짓 높이의 돌담은 물이 이 지점까지 차 있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주민들은 못 바로 위에서 지하수가 사철 흘러나와, 예전에는 못에서 논에 물을 댔다고 했다. 못에서 왼쪽 아래로 200여m 떨어진 곳에서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11-3 공구 당리터널(6.6㎞) 발파 공사가 2003년 10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발파공사로 지하수 흐름이 바뀌거나 고갈돼 물이 마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인 한진중공업 최창범 관리처장은 “산 정상 쪽으로 60m쯤 위에 길이 생겨 못으로 흘러가는 물길이 바뀌어 마른 것 같다”며 “터널공사를 1.8㎞쯤 진행하는 동안 한번도 공사 중에 지하수가 흘러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선동마을에 사는 정재환(50)씨는 “산꼭대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못이 지표수로 채워진다면 물이 말라도 벌써 여러차례 말랐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주민들이 먹는 암반 지하수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도 터널공사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107가구가 사는 선동마을은 지난 3일 마을 위쪽 집들의 식수가 끊겨, 15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큰 고통을 겪었다. 계곡 물을 저장해 식수로 쓰는데, 이 물이 부족하면 지하 암정에서 자동적으로 전기를 사용해 물을 끌어올리게 돼 있다. 송선리 이기협(39) 이장은 “깊은 암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데, 1분 동안 나왔다가 3분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하수가 말랐다”며 “이런 경우는 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한 지난달 전기료는 평소보다 세 곱절쯤 많은 15만7350원이 나왔으나 일부 집들은 물 부족을 겪었다고 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천성산 터널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도 터널공사에 따른 지하수의 변동과 유출로 발생할 주변의 생태계 변화”라며 “건천읍 일대에 대한 정밀한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과 정족산 일대의 무제치늪과 화엄늪은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환경단체 쪽은 천성산 관통터널이 늪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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