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돌려준 뒤 ‘환경협상’ 무시…“반면교사 삼아야”
이 환경장관 “주한미군 일방반환 추진 대단히 유감”
이 환경장관 “주한미군 일방반환 추진 대단히 유감”
1999년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관리권을 파나마 정부에 이전할 때 약 4000만평에 이르는 훈련장에서 불과 8500여개의 불발탄만 제거한 채 훈련장과 기지를 반환했다. ‘실행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환경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반환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운하를 넘겨 받는데 몰두한 파나마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는 이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반환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일단 기지를 넘겨준 미국은 그 뒤 파나마 정부의 환경오염 정화 요구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금도 파나마 땅에 남아 있게 된 불발탄들과 불법 매립된 화학무기들은 계속 파나마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반환문제를 추적해 온 녹색연합은 10일 이런 내용의 ‘미군기지 반환 해외사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반환 예정 기지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한-미 협상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한미군 쪽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기지 반환(〈한겨레〉 8일치 6면 참조)을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별도 성명에서 “파나마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 반환을 수용하는 순간 환경오염 정화문제는 사실상 끝나는 셈이 돼, 이후 협상으로 실질적인 정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환경오염 정화의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주한미군은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 치는 것과 같은 파렴치한 범죄자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민들의 우호적 인식을 적대적 인식으로 뒤바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연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쪽의 일방적 기지 반환 추진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환경부는 협상 주무부처임에도 반환기지 환경협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양국의 합의를 이유로 지금까지 간단한 사실 확인조차 거부해 온 점에 비춰볼 때, 장관이 직접 나서 미국 쪽의 일방적 기지 반환시도를 인정하고 유감 표명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장관은 이날 “(주한미군 쪽의) 일방적 기지 반환 계획은 한·미가 1년 이상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것에 비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문제를 두 나라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한) ‘소파 부속서 에이(A)’ 규정에도 맞지 않으며, (미국 쪽에서) 그런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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