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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르포/ 장마가 무서운 ‘낮은곳’ 사람들

등록 2006-07-17 19:36수정 2006-07-17 19:38

상습 침수 지역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뚝방마을 주민들이 17일 오후 며칠 동안 내린 폭우로 막힌 하수도를 삽과 손으로 정비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상습 침수 지역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뚝방마을 주민들이 17일 오후 며칠 동안 내린 폭우로 막힌 하수도를 삽과 손으로 정비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뚝방마을·포이동 ‘저지대 주민들’ 시름
쪽방촌·노숙인도 ‘마음의 상처’ 입어
‘물난리’ 중부가 잠기다

“양수기 두대 돌려도 감당안돼 화장실 물새 우산써야 한판”

서울을 휩쓸고 간 폭우는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판자촌 뚝방마을. 양재천과 제방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이 마을 주민 홍정목(54)씨는 안방 구들을 깨고 양수기를 집어넣어 집안에 찬 물을 빼내고 있었다. 문 밖 주방도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홍씨는 “양재천보다 지면이 낮아 큰 비가 올 때마다 물난리를 겪기 십상인데다, 우리 집은 다른 곳보다 낮은 곳에 있어 쉽게 물이 들어찬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홍씨 집은 지난 15일 밤부터 무릎까지 물이 차 가재도구·옷가지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젖었고, 양수기 두 대를 돌려도 끝없이 쏟아지는 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물을 퍼내는 홍씨 말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집에서 이틀밤을 신세졌다.

이웃집 박아무개(55)씨 집에도 16일 새벽부터 물이 차올랐다. 구청 직원들이 갖다 준 양수기를 돌리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그는 “지금보다 앞으로 올 태풍이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올해는 누군가가 양재천 쪽 하수관을 막아서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양재천이 불어나면 물이 하수관을 타고 마을 쪽으로 역류해 마을이 잠기는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뚝방마을에서 멀지 않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대부분 지은 지 20년도 넘어 비닐, 보온덮개 등을 덧씌운 판잣집 98가구의 지붕은 폐타이어 몇 개로 눌러 간신히 비바람을 버티고 있었다. 5년여 전, 주민들이 하수도 공사를 한 덕분에 물에 잠긴 집은 거의 없었지만, 썩어 문드러진 합판지붕 틈으로 빗물은 줄줄 새어 들어왔다. 조철순 ‘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원장’은 “화장실에서도 우산을 쓰고 있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방안에 상자를 놓고 그 위에 가전제품 등을 올려뒀지만 물기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마을주민 정원자(61)씨는 “합판이 오래 되고 틀어져 안방문도 아귀가 안맞다”며 “비가 문제가 아니라, 지붕이 언제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습한 주택환경 탓에 바퀴벌레·쥐·모기 등이 너무 많아 방역을 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은 두 마을 주민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내 집’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 보였다.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촌에서 사는 최아무개씨는 “건설현장에서 일당 5만원 받고 일하는데, 사흘이나 공쳤다”며 “눅눅한 이불과 벽에서 진동하는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소줏잔이나 기울이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의 한 노숙인은 “바닥에 물기가 너무 많아 신문지를 아무리 깔아도 소용이 없었지만, 여관에 갈 돈이 없어 그냥 축축한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조혜정 전진식 기자, 김진화(서울대 사회교육 4) 이상호(한국외대 법학 2) 인턴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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