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4대강 유역과 소권역별로 ‘습지총량제’를 도입해 2015년까지 국토의 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습지 훼손이 불가피한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습지총량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열린 국가습지심의위원회에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큰 줄기로 하는 습지축을 구축하고 여기에 임진강~비무장지대, 동해석호, 태백산, 내포, 만경~동진강, 섬진강, 지리산, 제주도, 형산강, 남강~황강 등 10개 소권역을 습지축에 연결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국가습지보전 추진계획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국가습지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또 환경부는 습지총량제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 등이 행정계획이나 개발사업으로 습지를 매립하거나 훼손할 경우 똑같은 면적의 생태 인공습지를 조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는 습지에 대해 수계기금을 투입해 복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내륙습지보호지역 16곳을 65곳으로 늘리고, 현재 10곳인 람사르 등록 습지도 50곳으로 늘릴 방침”이라며 “현재 전체 국토 면적의 0.3%인 습지보호지역이 2015년까지 1%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람사르협약이 규정하는 이번 계획안이 ‘모든 습지의 보전과 이용’이라는 정신을 살리지 못할뿐더러 법적 규제가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가습지심의위원회에서도 일부 위원들은 “4대강 사업 등으로 대규모 습지를 파괴하는 한편 습지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습지보전법 개정안에서 하천이 습지에서 빠지는 등 이번 계획의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주용기 한국습지엔지오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자연에 존재하는 습지를 보전하는 게 우선”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습지를 훼손하고서 인공습지를 만드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국가습지심의위원회에서 계획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연안습지 보전 계획을 포함하고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의결을 보류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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