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 고려대 생명과학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저탄소 녹색경영] 탄소배출권에 대한 전문가 의견
2012년 탄소시장 3조달러 전망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축적 시급
할당 주체·거래소 등 조정 필요
2012년 탄소시장 3조달러 전망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축적 시급
할당 주체·거래소 등 조정 필요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 탄소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정부 및 일반 기업들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법에는 배출권거래제 외에도 탄소세 부과와 같은 조세정책이 있지만 유독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소 비용으로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탄소시장에서는 이산화탄소 1t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 즉 탄소배출권 1단위가 평균 14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국제탄소시장 규모는 2009년 1437억달러(약 170조원)에서 2012년에는 최소 3조달러(약 3500조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탄소시장과 배출권거래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영국 런던에 위치한 대표적인 탄소배출권거래소인 유럽기후거래소(ECX)에는 약 1만5천여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해 말 제정된 녹색성장기본법상에 총량규제를 기반으로 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명시돼 있어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또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을 중심으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및 본격적인 배출권거래제 도입안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 못지않게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위해 넘어서야 할 난제들이 많이 있다.
첫째 과제는 누가 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할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도한 할당목표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반면, 너무 느슨한 할당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유럽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초기에 각 회원국이 자국 기업의 산업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감축목표 할당을 느슨하게 한 결과 배출권거래제도를 통한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감축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전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할당으로 우발이익을 갖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할당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미묘한 문제인데,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할당 주체를 놓고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업을 대변하는 지식경제부가 할당 주체가 되는 경우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반면, 지식경제부는 산업 및 기업 특성을 잘 모르는 환경부가 과도하게 할당하는 경우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또다른 과제는 산업간 이해조정과 속도조절 문제이다. 올바른 감축목표 할당을 위해서는 각 기업의 과거 배출량과 현황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서두르지 말고 관련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산업계 안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사이에 이해가 상충하므로 조정이 필요하다.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치문제 역시 현명한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거래소, 한국전력거래소 외에도 부산, 전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탄소거래소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 탄소거래소가 한 나라에 한 곳 정도 있고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유럽기후거래소의 직원 규모가 10명 남짓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거래소 설립에 대한 유치 경쟁은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근본적인 목적은 거래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는 데 있다. 이런 점을 명심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각기 다른 의견을 반영해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모습의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원래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한국형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새로운 탄소시장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신뢰 및 협조가 중요하다.
조용성 고려대 생명과학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생명과학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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