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구덩이 속 돼지들 공포 질린 비명…흙 덮자 이내 ‘…’

등록 2011-01-12 20:03수정 2011-01-13 09:13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동부의 한 축산농가에서 11일 오후 살아 있는 돼지를 삽차를 동원해 땅에 파묻고 있다. 방역 당국이 매몰 대상 돼지 대부분을 생매장하고 있어 2차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동부의 한 축산농가에서 11일 오후 살아 있는 돼지를 삽차를 동원해 땅에 파묻고 있다. 방역 당국이 매몰 대상 돼지 대부분을 생매장하고 있어 2차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르포] 경기도 돼지 생매장 현장
포크레인에 떠밀린 생명들 ‘필사의 저항’
방역대원들 “빨리빨리” 속도내기 바빠
비닐 안깔고 충분한 성토작업 안한 곳도
11일 경기도의 한 마을. 눈 덮인 숲 사이로 갈대 울음처럼 돼지의 비명소리가 번졌다.

어떻게 알았는지 축사 안의 돼지들은 무덤을 팔 때부터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깊이 4m의 구덩이에 두꺼운 비닐(차수막)이 깔리자, 돼지들은 줄을 섰다. 포클레인은 밀고 돼지는 저항했다. 몇 초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돼지는 구덩이로 떨어졌다. 일어났지만 중심을 잃고 다시 자빠졌다. 진작 구덩이에 떨어진 돼지들은 반대쪽 벽에 몰려 신음하고 있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방역대원이 말했다. “오늘 250마리를 처리하는 날이에요. 구제역 확산 속도가 빨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야 합니다.”

이 마을 10곳의 축사 중 8곳의 가축들이 이렇게 파묻혔다. 연례행사처럼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생매장 관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적 살처분’에 대한 정부 지침도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빨리빨리’를 외친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현장에선 안락사 약품이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생매장은 이미 관행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살처분 약품으로 공급되는 ‘염화석시닐콜린’도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데 미흡하다. 안락사 용도가 아니라 근육마비제이기 때문이다. 약물이 잘 들지 않는 돼지는 고통을 줄이려면 마취제와 함께 투여해야 한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과 공무원들이 11일 오후 경기 동부의 한 구제역 발생 돼지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과 공무원들이 11일 오후 경기 동부의 한 구제역 발생 돼지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생매장 관행은 사람이 사는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구덩이에 산 채로 던져진 돼지는 울부짖으며 비닐을 찢는다.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는 지하수로 흘러든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구덩이 바닥에 비닐을 깔고 1m의 흙을 덮어야 하지만, 상당수 현장에선 비닐을 깐 다음 ‘흙 덮기’를 생략했다. 게다가 매몰 뒤 성토 작업을 충분히 해주지 않아 토양오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중부지역의 돼지 살처분 현장을 둘러본 박소연 대표는 “좁은 구덩이에 지나치게 많은 가축을 몰아넣는 바람에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바로 동물 사체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2008년에야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가축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관리방안’ 보고서를 냈다. 가축전염병에 따른 체계적 환경관리 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2008년 충남 천안의 가축 매몰지 주변 땅의 암모니아성 질소 성분이 대조지역의 약 80배 수준으로 검출됐고, 지하수의 전기전도도 수치도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연천·파주 등 7개 시·군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55건을 조사한 결과 8건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들이 땅속에 묻히자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사위는 잠잠해졌다. 방역 담당자들은 “못할 짓”이라며 자리를 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세계영농에 대한 연민’(CIWF)은 11일 성명을 내어 “국제동물보건기구(OIE)의 인도적 살처분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도 연례행사처럼 되어가고 있다.


국민 14명당 소 1마리, 4명당 돼지 1마리, 5명당 닭 4마리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이사는 “동물들을 거리낌없이 생매장하는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이후로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구덩이 속 돼지들 공포 질린 비명…흙 덮자 이내 ‘…’
MB 사조직도 ‘인사’ 불만…동지들끼리도 불통
번개 치는 하늘로 달리던 현빈의 그 차는?
정부 “전력수급 비상”…최악 땐 일부 정전 가능
삼성전자 노동자 투신 “생전 출근모습 도살장 끌려가듯”
“여객기 180대 삽니다” 통근 구매
호주 대홍수에 제3의 도시 브리즈번 ‘유령도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