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인천 4곳 조사…“최고 15% 검출”
슬레이트 지붕의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4일 “서울·인천의 학교와 주택 등 4곳의 슬레이트 지붕에서 6개의 고드름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더니, 백석면이 최고 15%까지 검출되는 등 모든 시료에서 석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한 학교 창고의 고드름에서 15%의 백석면이 검출됐으며, 주택 처마에 달린 고드름에서도 14%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인천 농가주택 창고의 고드름에서도 15%의 백석면이 발견됐고, 주택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에서도 미량의 백석면이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내린 눈이 녹아 흘러내린 뒤 얼면서 석면이 함유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석면은 장기간 흡입할 경우 폐에 쌓여 폐암과 악성중피종을 일으킨다. 하지만 석면은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인 1970~80년대에 건물 단열재와 지붕재로 많이 쓰였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주택개량 사업 때 값싼 지붕재로 널리 쓰인 탓에 농촌에는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이 많이 남아 있다. 환경부가 2008년 전국 981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했더니, 본채와 부속건물에 석면 슬레이트를 쓴 곳이 82%나 됐다. 서울시의 경우도 지난해 조사 결과, 1만1000채가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는 슬레이트 지붕 고드름을 만지거나 따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슬레이트 지붕 전반에 석면 비산을 막는 조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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