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가축 매몰지 선정 관리 방안
환경부 의뢰 보고서 작성
생매장 금지 내용 등 담겨
생매장 금지 내용 등 담겨
정부가 2년여 전에 대규모 가축전염병 발생에 대비한 매몰지 선정·관리 방안을 마련해 놓고도, 이에 따른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아 구제역 매몰지 환경오염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8년 말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가축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관리방안’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 등 외국 사례를 분석해 가축 매몰지 선정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보고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과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등 법·제도 개선에 늑장을 부렸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영국 등은 매몰지 선정 때 침출수 유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천과 지하수, 마을, 도로와 비교적 넓은 이격거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강·마을과 최소 100m 이상, 영국은 샘이나 관정에서 250m 이상 떨어지도록 했다. 특히 하천과 도랑 등 지표수체와의 이격거리 규정이 엄격해, 나라에 따라 최소 23m에서 최대 1000m의 이격거리를 뒀다.
반면 한국은 최소 수준에 가까운 30m로 이격거리를 규정하고, 이를 마을과 수원지·하천·도로 등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인구밀도가 많은 국내 여건을 감안해 △지표수체·도로·생산시설 30m △우물(관정) 75m △주거지 90m 등으로 이격거리를 다양화할 것을 권고했다.
환경오염 가능성을 높인 생매장 관행과 관련해 보고서는 가축이 죽은 뒤 매몰하고,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튼튼한 고강도 폴리에틸렌 필름(HDPE)을 매몰지에 깔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는 생매장 금지조항이 없고 비닐을 차수막으로 써도 문제가 없어, 생매장된 가축이 비닐을 찢으면 침출수가 지하수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고서는 사전에 매몰지를 선정해 이번처럼 대규모 발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실 매몰’ 사태는 구제역이 확인된 뒤 적절한 매몰지를 찾지 못해 비탈진 곳이나 하천 근처에 소·돼지를 묻어 문제가 커졌다. 이런 탓에 보고서는 축산업자가 축산업 등록을 할 때 매몰 후보지를 신고하도록 축산법에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단순 매몰 중심의 살처분 방식도 궁극적으로 환경오염 저감시설을 갖춘 매립과 소각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선진국은 소각이 원칙이며,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매몰을 허용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소각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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