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호 대원들이 참치 조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제주 북동쪽 50㎞ 해상의 한 어선에 접근하고 있다.
그린피스 ‘무지개 전사’ 퇴역 앞두고 마지막 임무
22년 남획감시 활동…‘레인보 워리어호’ 탑승기
“남쪽 방향에 3척의 선단이 있습니다. 참치를 잡는 선망 어선인 것 같아요.”
13일 오후 제주도 북동쪽 50㎞ 해상. 레인보 워리어호(‘무지개 전사’라는 뜻)의 갑판에서 다니엘 리소티 선장이 소리쳤다. 550t의 배가 속도를 늦추자, 선원들은 고무보트 세 척을 바다에 내렸다.
레인보 워리어호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캠페인 선박이다. 첫번째 배는 1985년 핵실험 반대운동을 벌이다 프랑스 정보국에 의해 폭파됐고, 두번째 배가 1989년부터 참치와 고래 남획, 기후변화와 싸우면서 ‘그린피스 행동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배는 오는 9월 퇴역을 앞두고 지난 9일부터 한국·일본 바다에서 참치잡이 모니터링을 진행중이다. <한겨레>는 국내 일간지 최초로 배에 탑승해 그린피스의 참치 모니터링을 취재하고 있다.
멸종가능성 높은 참치 치어
한국서 연 1천톤 잡아들여
정부는 “어업 막을 수 없다” 그린피스 대원들이 어선에 도착하자, 어민들이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사리 톨바넨 그린피스 해양캠페인 국장의 조사 취지를 듣자, 1등항해사인 박아무개(54)씨가 설명했다. “어군 탐지기에 걸리는 물고기는 다 잡지요. 고등어가 주 어종이지만 때가 맞으면 참치(태평양참다랑어)도 잡습니다.” 레인보 워리어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태평양참다랑어 치어의 남획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참다랑어는 횟감으로 이용되는 최고급 참치로, 개체수가 적어 멸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의 한 선원은 “자주 잡히진 않지만, 한번 잡히면 30㎝짜리 치어가 대부분”이라며 “3년 전에는 350㎏짜리 한 마리를 잡아 500만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태평양참다랑어를 반기는 이유는 참다랑어가 ‘바다의 로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연히 연간 평균 어획량이 늘어, 1980년대 수십t에서 2000년대 1000t 이상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치어라는 점이다. 독도와 대만 주변에서 태어난 치어는 제주 동남쪽이나 남해안을 통과해 미국 및 멕시코 바다로 긴 여행을 떠난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에서 참다랑어가 잡히면 성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시 효과”라며 “원래 다 큰 참다랑어는 2m가 넘기 때문에 50㎝ 안팎이면 치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2009년 잡힌 개체의 평균 길이는 57.8㎝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일본처럼 참다랑어 양식도 시도되고 있지만, 치어를 잡아 사료로 살찌워 내다파는 방식이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정지숙 바다위원회 위원은 “폐사율도 50%를 훨씬 웃돌아 멸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마구잡이식 치어잡이가 태평양참다랑어를 멸종으로 이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확한 자원량 평가가 없는 상태다. 톨바넨 국장은 “태평양참다랑어 어획량의 90% 이상이 2년생 이하로, 대만과 한국, 일본 해역에서 남획이 중지되지 않으면 멸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참다랑어는 20년을 넘게 산다.
그럼에도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김장근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산란자원량(개체수)이 역사적 평균(1952~2007년)을 약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예방적 조처를 취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정부로선 지속중인 어업을 그만두라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서 치어 어획량을 2012년까지 2002~2004년 수준으로 줄이는 협약에 이의를 제기해 예외를 인정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참다랑어 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한 한국이 10배 이상의 어획고를 올리는 일본과 같은 규제를 받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한국 바다에 사는 참다랑어까지 국제 환경단체의 주시 대상이 된 것은 그동안 한국이 일본, 대만과 함께 태평양에서 눈다랑어·황다랑어를 싹쓸이한 공범으로 인식된 것과 무관치 않다. 톨바넨 국장은 “2008~2009년에 지정된 해역이 아닌 곳에서 조업을 하는 한국 선박과 만나 그린피스가 그물을 끌어올리는 등 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태평양참다랑어에 대해서도 치어잡이와 국제거래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레인보 워리어호는 14일 오후 부산항에 입항해 모니터링을 마친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정비를 마치고 네덜란드 본부에 돌아간다”며 “현재 건조중인 세번째 배는 10월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제주·남해(레인보 워리어호)/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국서 연 1천톤 잡아들여
정부는 “어업 막을 수 없다” 그린피스 대원들이 어선에 도착하자, 어민들이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사리 톨바넨 그린피스 해양캠페인 국장의 조사 취지를 듣자, 1등항해사인 박아무개(54)씨가 설명했다. “어군 탐지기에 걸리는 물고기는 다 잡지요. 고등어가 주 어종이지만 때가 맞으면 참치(태평양참다랑어)도 잡습니다.” 레인보 워리어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태평양참다랑어 치어의 남획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참다랑어는 횟감으로 이용되는 최고급 참치로, 개체수가 적어 멸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의 한 선원은 “자주 잡히진 않지만, 한번 잡히면 30㎝짜리 치어가 대부분”이라며 “3년 전에는 350㎏짜리 한 마리를 잡아 500만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태평양참다랑어 평균 어획량 및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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