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획구역 8~10㎞ 방호대책도 허술
방사능 30㎞ 퍼질땐 부산·울산·경주 위험
방사능 30㎞ 퍼질땐 부산·울산·경주 위험
전국4곳 ‘방재 매뉴얼’ 입수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비슷한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에선 지진 발생 하루 만에 원전 20㎞ 안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고리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20㎞ 안엔 부산·울산의 인구밀집지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기장군의 원전 사고 대비 매뉴얼을 보면, 원전 10㎞ 밖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일본과 비슷한 사고가 날 경우 부산·울산 일대는 엄청난 혼란에 싸일 수 있다는 뜻이다.
22일 원전 21기가 가동중인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 경북 울진군, 전남 영광군의 ‘방사능 방재계획’(원전 사고 대비 매뉴얼)을 확인해보니, 비상상황 때 주민들의 대피를 예상한 ‘비상계획구역’은 원자로에서 반경 8~10㎞까지로만 설정돼 있다.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되면 자치단체는 이 구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방독면(3만~5만원)과 방한복 등 보호장비를 갖추고 응급약품과 침구류를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이 방사능 피폭을 피해 숨을 구호소(대피소)를 지정해야 하고, 비상계획구역 안팎에 방사선 측정기구를 달아 실시간으로 방사선 수치를 집중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계획구역을 벗어난 지역에선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이 10㎞ 밖으로 퍼지면서 긴급대피령이 내리면 주민들은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우왕좌왕하며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12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소폭발 사고가 나자 원전에서 반경 20㎞ 안에 있는 주민들에게 모두 대피하도록 했고, 15일엔 반경 20~30㎞ 주민들에겐 옥내 대피령을 내렸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1~4호기, 신고리 원전 1호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 일본처럼 ‘반경 20㎞ 이내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릴 경우, 부산 금정·동래·해운대구 등 도심지역, 석유화학업체들이 몰려 있는 울산 남구 여천동과 울주군 청량면 등이 포함된다. 일본에서 옥내 대피령을 내린 반경 30㎞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부산·울산 인구 450여만명 가운데 400만명 안팎이 다른 곳으로 대피하거나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한다.
6기가 가동중인 영광 원전으로부터 반경 30㎞ 안의 주민은 영광 5만7000여명, 함평 3만7000여명, 전북 고창 6만여명 등 모두 15만4000여명이다. 4기를 운전중인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에선 반경 30㎞ 안에 경주시내 일부가 들어오게 된다.
이들 지역 자치단체도 원전에서 반경 8~10㎞ 안의 비상계획구역 주민에 대한 대피 및 보호대책만 세워놓았는데, 그나마 비상계획구역 주민들이 쓸 수 있는 보호장비는 태부족이고, 대피소는 대부분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
부산 대구 광주/김광수 박주희 정대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대구 광주/김광수 박주희 정대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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